암송은 가장 기본적이고 전통적인 학습법으로 인간 외부에 있는 지식을 내재화하도록 돕는다. 이는 외국어 학습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영어를 반복적으로 읽어서 암송하는 것은 영어에 대한 노출량을 증대시키고, 영어에 대한 감각을 길러준다. 또한 정형화된 언어(formulaic language)를 습득하게 되어 의사소통 능력을 향상시킨다. 본 연구에서는 NIV 영어성경 본문을 통째로 암송하는 것이 영어학습에 효과적인지, 학생들의 정의적 영역과 쓰기 능력에는 어떤 영향을 주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연구 방법은 국내 고등학생 4명을 대상으로 14주간 요한복음 암송 수업을 진행하였다. 매 수업마다 학생들은 원어민의 오디오 녹음을 들으며 요한복음 한 절을 100번씩 반복 낭독하였고, 외운 말씀을 복습하며 누적으로 암송하였다. 그리고 수업 시간에 해당 구절과 관련된 어휘, 문법, 문장구조 등 중요 표현을 함께 배웠다. 연구 진행 기간 동안 관찰, 면담, 학생들의 영어일기, 구술 및 서술 평가 등의 자료를 수집하여 분석하였다.
연구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암송 시 청각 자료를 들으며 따라 말한 것이 매우 효과적이었다. 학생들은 원어민의 빠른 말하기 속도와 연음에 익숙해져서 듣기 능력이 향상되었고, 원어민 발음을 그대로 모방하면서 발음, 억양, 강세가 향상되었다. 또한 귀와 입을 모두 사용하여 외운 내용이 기억에 오래 남았다.
둘째, 어휘, 문법, 관용어, 연어 등의 중요 표현을 배운 것이 효과적이었다. 단순 반복 암송이 아니라 의미를 이해하며 암송했기 때문에 학생들이 흥미로워했고, 더 효과적으로 기억할 수 있었다.
셋째, 수업 시간에 배운 표현들을 초급 학습자가 상급 학습자보다 글쓰기에 더 많이 활용하였다. 학생들은 암송한 문장에서 정형화된 언어를 습득하고, 변형할 수 있는 요소를 바꾸고 결합하여 문장을 구성하였다.
넷째, 복습은 암송을 강화하는 데 효과적이다. 학생들은 암송한 성경 본문을 누적으로 암송하며 꾸준히 복습하였다. 그래서 긴 본문일지라도 자동화되어 암송할 만큼 숙달되었다.
다섯째, 학생들은 영어성경 본문을 통째로 암송하여 성취감과 자신감을 갖게 된다. 성경 본문 암송이 쉬운 목표가 아니지만, 매일 반복하다 보면 애쓰지 않아도 저절로 본문이 외워진다. 그래서 학생들은 불가능해보이는 목표를 달성함으로써 자신의 한계를 넘어선 기쁨을 맛보게 되고, 더욱 도전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