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어 교육의 목표가 해당 언어권 내 문화교육의 중요성을 명시해서 의사소통능력 배양과 함께 외국 문화의 이해 및 자국 문화의 발전에 기여하는 것인 남한과는 대조적으로 북한은 청소년들에게 외국어를 교육시키면서 해당 문화권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뒷받침해 줄 수 있는 자료제공에 상당한 의도성을 가지고 제한을 두고 있다.
연구분석 대상으로 선별한 외국문화항목관련 지문 13개과 중 4개과가 많게는 170 여년전에서 적게는 50여년전의 영미작가의 작품 중 일부를 인용해서 교과서 본문으로 사용하고 있는데 이는 문학적 가치면이나 청소년의 문화 교양면에서 전혀 문제 될 것은 없다. 다만, 서구 문화권을 소개하기 위해 인용된 작품들이 자본주의 체제의 모순인 빈부의 격차가 극도로 드러나는 요소나 흑백간의 인종차별 등을 중심소재로 삼고 있다는 것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가장 오래된 작품인 1834년 영국의 Charles Dickens 장편소설 ‘Oliver Twist’(제1 고등중학교 6학년 8과)의 인용부분은 극단적인 가난이 주된 내용이고, 1852년 미국의 여류작가인 Harriet Beecher Stowe의 소설 ‘Uncle Tom’s Cabin’(중학교 6학년 부록1)의 인용부분은 미국의 처참한 흑인 인신매매 노예제도를 부각시켜 북한 학생들에게 미국에서 흑백간의 심각한 인종차별 문제가 현재도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오해 할 개연성이 크다는 것이다. 교과서 내용 외에 다른 서구문화권 관련 정보매체가 매우 제한되어 있는 북한사회에서 나이 어린 청소년들에게 이와 같은 교과내용은 결코 영어문화권에 대한 흥미를 유발시켜 자발적인 교육동기를 주지 못할 뿐 아니라 서구사회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만을 고착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1847년에 발표된 영국의 여류작가 Charot Bronte의 ‘Jane Eyre’(중학교 6학년 7과)의 인용부분에서 포악한 교사에게 구타당하는 학교생활 내용부분과 1954년 미국의 작가 O. Henry의 ‘The Gift of the Magi’(중학교 5학년 9과) 인용부분에서 극도의 가난때문에 자신의 머리카락을 잘라 남편의 선물을 준비한다는 등의 내용은 청소년 대상의 교과내용으로는 적절치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 4개과의 고전작품 외에 분석한 나머지 서구문화권 관련 9개과도 모두 부정적인 소재를 다루고 있어서 북한 교육당국이 서구문화에 대해서 편향(偏向)된 시각을 가지고 이를 통제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외에도 각 서구문화 관련 분석단원에서 다루는 내용은 공통적으로 눈 내리는 추운 겨울이라는 계절적 배경과 가난해서 굶주리고 고통당하는 고아들과 실직해서 일자리를 찾아 길거리를 배외하는 딱한 가장의 모습들이 대부분이다. 또한 미 제국주의자에 대한 적개심을 유발시키고 흑백간의 인종차별이 난무하는 비정한 자본주의 세계만이 북한 청소년들이 영어교과서를 통해 바라볼 수 있는 서구세계의 현실이다.
이와 같은 연구 결과를 종합해서 분석해 본 결과 다음과 같은 점들을 파악할 수 있었다.
첫째, 북한의 중등학교 영어교과서는 서구문화권의 문화이해를 목표로 하기보다는 단순히 영어학습을 통한 외국어 능력향상과 공산주의 체제의 이념적 목표를 성취하는 데만 목표점을 두고 있다.
둘째, 영어교과서 본문에서 지칭된 서구문화권 관련 산출물(product)들은 현재 서구사회의 문화수준과 상당한 격차가 있는 대상들로 북한의 현실수준에 맞게 각색하여 사용하거나 그런 부분만을 인용하여 사용하고 있다.
셋째, 북한 중등학교 영어교과서에서 가장 많은 항목을 차지하고 있는 산출물(product)을 분석해 본 결과 현저하게 생필품 위주로 나타나 있어 이에 따른 관습도 많은 부분 의식주 해결과 생활고 해결을 위한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넷째, 영어교과서의 서구문화권 관련 각 단원의 관점(perspectives)은 주로 자본주의 모순 등을 비판하는 이념적인 것들이 대부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