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교육에서 쓰기의 중요성은 인식되고 있지만, 실제 학교 현장에서는 쓰기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며 학생들 또한 작문 수업에 큰 흥미를 느끼거나 필요성을 느끼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학생들이 제대로 된 영작문 수업을 받아본 적이 없고 영어 작문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있으며 영작문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이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영어 작문 시 활용 할 수 있는 도구로써 코퍼스의 활용방안에 대해 알아보고 코퍼스가 고등학교 학생들의 쓰기 능력과 영작문에 대한 태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를 살펴보았다. 실험 결과 및 인터뷰 결과를 통해서 알 수 있듯이 코퍼스는 학생들의 영작문 향상에 기여하였고 또한 영작문에 대해 느끼는 어려움을 다소 낮추었다. 코퍼스는 컴퓨터를 책보다 익숙해하는 학습자들이 사전보다 재미있게 사용할 수 있으며 인터넷이 가능한 곳에서 언제는 사용할 수 있어 편리하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코퍼스를 학습자들의 특성과 이해도에 맞추어 제시할 때에만 코퍼스의 사용이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실험 참여자들에게 처음 코퍼스 화면을 보여주었을 때 상위권, 하위권 학생들 모두 다소 놀란 표정이었고 코퍼스를 활용하는 방안을 설명하고 이해시키기까지 얼마간의 시간이 소요되었다. 특히 하위권 학생들은 여러 번 코퍼스에 대한 다양한 기능과 활용법에 대해 설명해 주었음에도 코퍼스의 아주 단순한 활용법만을 익히고 사용하였다. 더욱이 코퍼스에 검색된 다양한 예문을 해석하지 못해 오류를 수정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이 발생하였다. 이에 코퍼스를 학교 현장 또는 영어 교수 시 더욱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방안을 고찰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코퍼스에 나타난 검색 결과 중에서 학생들의 영어 능력에 알맞은 예문들을 수업시간 전에 미리 선정하여 수업시간에 학생들에게 보여준다. 코퍼스에 나타난 예문들은 잡지, 저널 등 다양한 분야의 텍스트에 포함되어 있는 문장들이기 때문에 어휘를 떠나서 학생들이 이해할 수 없는 내용의 예문들이 검색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따라서 교사는 학생들의 이해할만하고 수업의 목적에 적합한 내용, 어휘 및 구조로 구성된 예문들을 미리 선정해서 학생들에게 제공해야 할 것이다.
둘째, 학생들이 수업시간 중 코퍼스 검색 결과를 통해 문장 구조를 확인 할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제공해야 한다. 코퍼스 이용의 장점 중 하나는 학생들이 스스로 문장 구조와 연어를 찾아보고 익힘으로써 장기 기억으로 넘어가는 파지율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교사가 예문을 통해 구조를 알려주기보다 학습자들이 스스로 문장 구조를 분석하고 새로운 어휘를 찾았다는 기쁨을 느낌으로써 영작문에 대한 흥미도를 높일 수 있도록 교사의 적절한 시간 안배가 필요하다.
셋째, 교사는 학습자가 영어 쓰기를 진행 할 때 처음에는 내용에 집중하여 쓰고 차후에 자신이 쓴 글을 문법에 맞게 수정하고 적절한 어휘로 대체하는데 코퍼스를 사용할 수 있도록 지도한다. 한 문장이 끝난 후 그것을 코퍼스 검색을 통해 완벽한 문장으로 바꾸려고 하면 내용보다는 형태에 초점이 맞추어짐으로써 전체적인 글의 결합력(Coherence)이 떨어지게 되고 진정한 쓰기의 목적인 의사소통이 제대로 일어나지 못할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넷째, 다른 교수법과 코퍼스 활용을 접목시키는 것이다. 실험에 참가한 학생 수가 적어 일반화시키기는 어렵지만, 네 명 학생 모두 코퍼스 하나만 활용하면서 작문을 하는데 어려움을 느꼈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코퍼스를 활용하다보면, 자신의 문장이 틀렸다는 것은 인지하면서도 대체할 표현을 코퍼스 내에서 찾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 따라서 교사는 협동 학습 및 다른 도구를 함께 활용하면서 작문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면 학생의 이해도를 높이는 것은 물론 영작문에 대한 흥미도 또한 더욱 향상 시킬 수 있을 것이다.
독해 및 듣기 위주의 입시인 우리나라의 교육 현실을 감안할 때, 영어쓰기 능력 향상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 사실상 매우 어려운 일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실험 참가자들 또한 수업시간에 코퍼스를 활용하여 작문 수업을 진행하는 방안에 대해 다소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쓰기 또한 중요한 의사소통 수단중의 하나이며 문자를 매개로 자신의 의사를 독자들에게 전달하는 문자언어이다. 이제까지 입시 위주의 수업으로 인해 쓰기가 평가에 반영되지 않아서 학교에서의 영어쓰기는 문법 학습이나 독해 학습을 보조하는 수단정도로 소홀히 여겨져 왔다. 그러나 쓰기 능력의 신장 없이는 진정한 의사소통 능력의 신장을 이룰 수 없다. 영어 쓰기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여러 가지 교수법 중에서 코퍼스를 이용한 귀납적이고 학습자 주도적인 교수방법이 학교 수업에서 많이 도입되어 문을 통한 학생들의 실질적인 의사소통 능력이 향상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