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은 <주생전>, <위경천전>, <운영전> 등 세 작품을 대상으로 17세기 애정전기소설에 나타난 비극성을 살펴보는 데 목적을 두었다.
애정전기소설에 나타난 비극성을 연구함에 있어서 기존의 논의들이 대부분 사회․역사적 시각에서 그 비극성을 분석해 왔던 것과는 달리, 본 논문에서는 작중 인물의 욕망과 갈등이라는 주관적인 측면에서 그 비극성을 분석하고자 시도하였다. 즉 봉건 유교적 관습이나 지배이데올로기 등 사회적, 시대적 억압에서 나왔다는 기존의 비극성 연구와 달리, 각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가지고 있는 욕망이 내적ㆍ외적으로 일으키는 갈등이 어떻게 비극을 빚어내고 있는가에 대해 주로 살펴보았다.
본 논문에서 비극성을 작중 인물 욕망의 갈등과 연결시킬 수 있었던 이유는 남녀 주인공이 애정을 추구함에 있어서, 일차적(一次的)이고 단선적(單線的)인 욕망 구조만 드러내고 있는 전대의 전기소설과 달리, 17세기 애정전기소설에서는 남녀 주인공의 욕망과 갈등의 구조가 훨씬 복잡하고 다양한 형태를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17세기 애정전기소설의 비극성에 대한 분석은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진행하였다.
Ⅱ장에서는 17세기 애정전기소설의 발생과 특징을 내적 요인과 외적 요인 두 측면에서 살펴보았다. 내적 요인은 이 시기 애정전기소설이 이전의 전기소설의 특징을 이어받고 있는 한편, 전대에 비해 보다 발전된 양상을 띠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었고, 외적 요인은 임진왜란이라는 전쟁체험이 작품에 수용됨으로써, 보다 높은 사실성과 현실성을 획득하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었다.
이를 바탕으로 Ⅲ장에서는 본격적으로 작중인물의 욕망과 그 갈등에 대한 분석을 통해 작품의 비극성을 조성하는 요인을 도출해내었다. 즉 <주생전>에서는 주생과 배도 두 주체 간 엇갈린 욕망의 충돌이 주생과 선화의 이별과 배도의 죽음이라는 비극적 결말을 이끌어내게 되었음을, <운영전>은 욕망의 주체인 운영의 내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중적인 욕망의 대립이 결국 운영의 자살과 김진사의 죽음을 초래하였음을, <위경천전>에서는 전쟁에 직면하여 분열된 주체의 욕망이 주체 내부에서 또는 타자 사이에서 복합적 갈등을 일으킴으로써 남녀 주인공의 죽음을 불러오게 되었다는 점을 밝혀내었다.
마지막으로 Ⅳ장에서는 인물의 욕망과 갈등에 의해 야기된 비극성이 17세기 애정전기소설에서 가지는 소설사적 위상을 정리해 본 결과, 이 시기 전기 소설에 나타난 ‘비극성’은 전대의 전기 소설에서 보여지는 초현실적인 ‘비극성’의 한계를 극복하고 보다 현실적인 측면을 바탕으로 작중인물의 욕망의 갈등에 의해 빚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이러한 ‘비극성’이 17세기 이후의 소설에 이르러서 비로소 극복해야 할 요소로 제시되고 있다는 점에서 교량적 의의를 지니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