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고는 지금까지 강신재와 한무숙의 작품 성향을 토대로 소략하게나마 전후 여성작가의 작품을 분석해 보고자 하였다.
소설이란 작가가 처한 현실 세계의 사회학적 반영이자 작가 정신의 형상화라는 전제와 여성 작가의 여성적 체험이 지니는 특수성을 염두에 두면서 작가의 여성적 체험이 그의 소설적 형상화 작업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는 인식 아래에서 분석해 보았다.
따라서 본고의 연구 대상은 강신재와 한무숙의 활동 시기 중, 가장 왕성한 작품을 선 보였던 50-60년대 단편 소설을 중심으로 하되, 작가의 여성 의식이나 주제가 잘 드러난 작품들을 선정하고자 하였다. 또한, 여성 의식에 따라 등장 인물형을 구분하고, 현실 인식의 측면에서 주제를 살펴보았다. 이러한 작가의 여성의식에 따른 여성 인물의 분류는 이들의 소설 내에 기존의 사회적 통념과는 다른 형태의 여성인물이 창출됨을 확인시켜 주는 작업이었고, 여성작가만이 가지는 분별된 여성 인물 형태는 전통적 여성의식과의 차이를 통해 작가의 문제의식과 특징을 정리하는데 그 근거로서 제시되었다.
이에 기초하여 강신재와 한무숙의 전후 단편 작품을 중심으로 여성 의식을 고찰한 결과 다음과 같은 몇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Ⅱ장에서는 작가가 바라보는 50-60년의 남성의 모습을 토대로 여성과 현실인식을 살펴보았는데, 기존의 남성작가 소설에서 그려지고 있는 남성의 모습과는 판이하게 다른 무능력하고 소극적인 남성들을 주변화시킴으로서 여성을 그 주체로 부각시키고 있으며, Ⅱ-2의 인물 형상화 연구를 통해 여성이 현실의 주체로서 어떻게 정체성을 찾아가고 있는지 분류해 볼 수 있었다. 이러한 분류는 작품 속에 드러나는 여성 인물이 어떤 양상으로 현실을 인식하고 받아들이는가에 대한 여러 가지 방법적 도출로서, 다음과 같은 세 부류로 나누어 볼 수 있었다.
소설 내의 모든 인물들이 그러하다 할 수는 없으나 크게 1)현실에 굴복하는 인물, 2)갈등하는 인물, 3)능동적으로 운명을 극복해 나가고자 하는 인물(정체성을 찾기위한 걸음)로 나누어짐을 알 수 있었다. 물론 이렇게 제시되어 있는 어느 한 부류에 포함시킬 수 없을만치 다면형을 가진 인물도 있었으나 이와 같은 인물들은 다음 작업을 위해 미루어 놓고 비교적 뚜렷한 형태의 인물형상 만을 다루고자 하였다.
둘째로 Ⅲ에서는 주제 의식의 고찰을 통해 이념의 허구성과 전쟁의 폭력을 고발하는 작가의 의도를 읽을 수 있었으며, 작품의 인물들이 어떻게 현실에 참여하고 있는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다루어 보았다. 그 결과, 작가가 그리고 있는 여성의 현실 참여 형태는 많은 부분에 있어 ‘성’이라는 부분과 연결지어져 있음을 알 수 있었고, 그러한 작가의 성의식을 화두로하여 1)도덕적으로 문란한 성의식, 2) 생계유지를 위한 성의식, 3)정체성 찾기의 성이라는 세 부류의 유형을 도출해 낼 수 있었다. 이러한 여성의 현실 참여 부분은 단순히 여성의 유형 분류라는 부분에서 그치고자 한 것이 아니라, 전쟁이라는 시대적 비극이 빚어내는 고통을 남성의 시각에서 벗어나 여성 스스로 여성의 현실 참여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나 살펴보고자 한 노력이다.
이 노력을 통해 전후의 어려운 시대를 이겨 나가는 당대 여성들의 의식과 삶의 방법에서 작게나마 모성과 같은 따스한 인간애를 느낄 수 있으며, 혼란한 전후 현실에 대한 작가의 개성적 태도도 볼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는 강신재와 한무숙의 작품이 한국 문단에서 가지는 의의에 대해 간략하게 살펴보았는데, 50년대에서 60년대 중반까지 이어지는 허무주의와 패배의식, 객관적 거리유지의 부재를 이들의 섬세한 시선과 내면적 세계화로 극복하였다는 점에서 그 의의를 찾아볼 수 있었다.
이상의 정리가 강신재와 한무숙의 작품 중 50-60년대의 단편소설 속 여성인물을 중심으로 살펴 본 내용들이며, 이러한 내용은 ‘한 작가의 문학을 이해한다는 것은 그의 문학 행위 전체를 서로 관련된 사실들의 총체로 파악하는 일이 전제되어야 한다.’라는 의식을 가지고 작가와 더불어 작품, 더 크게는 현실을 이해하고자 한 노력이라 말하고 싶다.
그 결과, 늘 ‘소외시되던 여성’의 한 개체인 작가의 성적 특성이 오히려 작품을 더 흥미롭게 이끌어 나가고, 현실에 대한 새로운 시각으로의 접근을 용이(容易)하게 하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었다. 물론, 감각적인 문체를 통하여 대상과의 일정한 미적 거리를 유지하고 지나치게 심리적 진단법에 의존하는 강신재와 한무숙의 작품성향에 대해 당대의 시대성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들이 가해지기도 하지만, 이러한 그녀의 여성관이나 서술 방식이 오히려 여성작가의 섬세함이 가질 수 있는 특유의 소설 미학이라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