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화문학은 서사문학의 원류로 이후 한국 문학과 긴밀한 관계를 가지며 연속적으로 수용되고 있다. 「조신몽」설화, 이광수의 소설『꿈』, 배창호·이명세의 시나리오「꿈」의 구조 분석을 통해 세 작품에서 문학의 연쇄적인 변용이 일어나고 있음이 발견되었다.
「조신몽」의 소설화의 변형과 여러 장르로 변용되도록 만든 원인 요소로 가장 큰 이유는 ‘꿈’이라는 소재를 사용했다는 점이다. 꿈을 소재로 한 작품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신비로움의 상징으로 여러 가지 모습으로 다수 나타나고 있다. 설화「조신몽」에서 ‘꿈’은 처음에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소망과 희망이 성취되는 듯 시작하나 이야기가 진행되는 동안 그 꿈은 절망적이고 고통스러운 것으로 변모하고 만다.
이광수는 1939년 《문장》지에 발표한 단편소설『꿈』을 통해 ‘꿈’에 대한 소재를 사용한 소설의 기초를 다진 후에 1947년 면학서관에서 동일 제목으로 중편소설을 간행한다.
중편『꿈』은 「조신몽」설화를 소설화한 것으로, 조신과 김흔공의 딸과의 몽중 생활에 현실성을 부여한 작품이다. 설화와는 달리 작가 이광수는 인간 삶의 무상함이나 현세에 대한 부정이 아니라, 오히려 조신의 무능력과 가난이 비극의 원인임을 말함으로써 종교적인 해탈에만 그 주제를 두고 있지 않다. 특히 ‘평목’이라는 방해자를 설정하여 살인이라는 극한 상황에 이르게 된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조신몽」설화가 소설화 되면서 설화의 단편적인 인물 설정에서 벗어나 인물의 심리묘사 특히, 조신의 심리묘사가 구체화되었다. 단편『꿈』에서 죽음을 가장 두려워하고 있는 것과 같이 중편『꿈』에서도 죽음은 가장 공포의 대상이다. 그러나 조신은 죽을 때까지 혼란 속에서 갈등하고 있는 존재로 그려지고 있다. 이광수는 조신의 죄의식과 갈등의 묘사, 질투심을 형상화하여 설화에서 단순한 인물이었던 조신을 구체화시켜 현대소설적 인물로 재창조한 것이다.
또한, 소설로 발전되면서 등장인물의 변화도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등장 인물들이 '달례, 미력, 달보고, 칼보고, 거울보고' 등으로 이름을 갖게 된 것이다. 이와 같이 이름이 구체화되었다는 점은 설화의 단순한 스토리 형식으로부터 작중인물의 성격이 보다 구체화 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에서 설화의 소설화과정이 겪는 일단계 변용이라 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소설『꿈』에서는 ‘평목, 모례, 용선화상’과 같은 새로운 인물이 등장하게 되기도 하였다. 설화의 꿈 속의 이야기에서 가장 능동적인 인물은 김흔공의 딸이다. 이에 비해 조신은 그녀의 의견에 따라 움직이는 수동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조신에게 도망가는 것과 헤어지는 것을 권유하고 설득하고 있는 것은 그녀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소설의 달례는 설화보다 더 현실적이고 적극적이다.
이광수의 소설『꿈』은 불심과 현세적 본능 사이에서 번뇌하는 한 인간의 갈등을 깊이 있게 파헤치고, 생로병사와 가난과 이별 등의 현실 삶의 고통을 모두 겪고 그 허무함을 깨닫게 하는 「조신몽」의 내용을 그대로 수용한 듯 보인다. 그러나 그 주제를 종교적인 해탈과 현세적 욕망의 허망함에만 두고 있지는 않는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즉, 이광수는 설화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고 소설화하는 그의 문학적 역랑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현실 삶의 고통의 구체적인 모습을 경험하면서도 그 속의 인간적 욕망과 소망을 향한 노력을 무시하고 있지 않았다. 설화와 달리 평목이라는 반동인물을 설정하고, 이에 따른 갈등을 인과 관계로 구성하여 소설의 개연성을 확보하였고, 조신과 김씨녀의 꿈 속 삶에 현실성을 획득하였다.
설화에서 가난과 아이의 죽음으로 인해 그토록 원하던 부부의 사랑이 허무해지고, 이는 곧 헤어짐이라는 인과적인 전개는 독자들의 공감을 쉽게 얻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설화의 보완하기 위해 소설『꿈』에서 조신은 달례와 도망하여 평범하고 행복한 삶을 꾸리게 되고, 이에 평목과 모례의 등장에 의한 어려움 봉착으로 인한 살인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된다. 이는 그의 현세적 삶의 소망을 더욱 간절하게 부각시키는 장치라 할 수 있다.
배창호·이명세의 시나리오「꿈」은 조신이 달례와 연분을 맺고 싶다는 욕망에서 출발된 기나긴 삶의 여정을 거친 뒤 만신창이가 된 몸으로 절로 되돌아오는 장면에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즉, 꿈 속의 내용이 과거 회상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그리고 과거 회상의 첫 부분이 사실은 꿈이 아니라 현실인데 이후 이 현실은 관객(독자)이 전혀 눈치를 챌 수 없도록 자연스럽게 꿈과 연결된다. 그리고 달례의 꿈과 조신의 죽은 평목에 대한 환영 등 꿈속에 꿈과 환상이 삽입되어 있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이러한 이야기 구조는 관객이 조신의 꿈의 내용을 전혀 꿈으로 인식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세심하게 배려된 구조이다. 아울러 시간과 공간의 순환구조도 치밀하게 짜여져 있다. 또한, 소설『꿈』이 시나리오로 변용되면서 인물의 심리묘사는 물론, 극적인 상황까지 세부적으로 설정되었다. 시나리오「꿈」의 가장 큰 특징은 조신 혼자만의 갈등으로 인한 전개에서 벗어나 조신, 달례, 모례의 세 사람의 갈등을 큰 축으로 이야기가 전개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시나리오「꿈」은 이광수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면서 소설의 한계점을 「조신몽」설화를 지향하면서 보완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조신몽」설화, 이광수의 소설『꿈』, 배창호·이명세의 시나리오「꿈」의 세작품은 상호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 설화의 ‘꿈’소재는 현대적인 소설로 변용이 가능케하는 원동력이 되었고, 설화의 미비한 갈등구조와 인물의 묘사를 보완하면서 ‘꿈’의 소재를 활용하며 이광수의 소설이 탄생되었다. 그리고 초기 소설을 보완하며 인물의 유기적인 관계와 이야기 전개의 자연스러움, 갈등의 심화가 드러나며 배창호·이명세의 시나리오가 탄생하게 된다. 중요한 점은 시나리오에서 소설의 한계를 보완할 때, 변용의 지향점으로 「조신몽」설화가 위치하고 있다는 점이다.
설화의 현대적인 수용의 방법이 대부분 설화의 소설화이거나 설화를 소재로 다른 장르로 변형하는 것이다. ‘「조신몽」설화, 이광수의 소설『꿈』, 배창호·이명세의 시나리오「꿈」’ 세 작품의 연쇄적인 변용 양상에 대한 연구는 설화의 현대적인 수용이 일방적으로 설화만이 소재로 활용되지 않고 상호유기적인 관계 속에서 영향을 주고 영향을 받고 있음을 말해 준다.
긴 한국 문학사 속에서 설화가 서사문학의 원류로 작용하며 후대의 한국 문학에 영향을 주고 있는 큰 흐름과 함께 설화가 소설화되고 또한 소설화된 작품이 다른 장르로 연쇄적으로 변용되는 작품류도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문학의 연쇄적인 변용은 한 작품이 다른 작품을 변용하는 것이 그치는 것이 아니라 변용의 소재로 활용될 수 있는 문학 작품의 개방적인 측면을 보여주는 중요한 자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