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소설의 설화에 대한 수용은 과거 우리의 전통적 정서와 삶의 모습을 현대 사회로 이양시키고 있다. 이를 우리는 과거를 통해 우리를 되돌아 볼 수 있는 좋은 계기를 마련한다고 하였다. 따라서 본고에서는 설화가 현대소설에서 어떤 방식과 내용으로 재구성되어 쓰이는지 그 의미를 파악해보았다. 여기에서 주의할 점은 방대한 설화를 검토하는 것은 매우 힘든 작업일뿐더러 그런 연구가 이루어진다고 해도 결국에는 씨가 없는 껍질만을 벗겨내는 일이 될 것이다. 따라서 본고에서는 <우렁색시> 설화로 그 대상을 한정하여 현대소설에서 어떻게 재구성되는지에 대해 살펴보았다. <우렁색시> 설화는 현대에 이르러 매우 활발하게 재구성되고 있는 설화이며 전래동화로도 쓰여져 어린 독자층부터 성인에 이르는 사람들이 알고 있는 보편적인 설화이기 때문에 이 연구 대상으로써 적절하다고 판단하였다.
<우렁색시> 설화의 현대적 변용 양상을 알아보기에 앞서 <우렁색시> 설화 그 자체를 검토해보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하기에 우선 설화에 대해 고찰해보았다. 이 설화도 수많은 각편이 있기 때문에 본격적인 분석이 가능하려면 유형 분석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판단으로 기존에 존재하던 연구자료를 대상으로 유형 분류를 시도하였다.
<우렁색시> 설화의 유형은 크게 단순형과 복합형으로 나누어진다. 단순형의 경우 우렁색시와 총각이 만나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는 해피엔딩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단순한 이야기인 만큼 금기는 나타나지 않으며, 혹 나타나더라도 대부분 금기가 파괴되지 않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복합형의 경우에는 단순형에서 더 나아가 금기가 깨짐으로 해서 여러 가지의 설화소가 결합되는 양상으로 전개되는데, 이 또한 크게 아내내기 시합형, 새털옷형, 원혼형으로 나눌 수 있다. 아내내기 시합형에서는 우렁색시를 놓고 원님(임금)과 내기시합을 하여, 총각의 능력 또는 아내의 조력으로 이 시련을 극복하고 다시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새털옷형에서는 우렁색시를 원님(임금)에게 빼앗기게 되고 아내를 찾기 위해 총각은 아내가 남기고 간 시험을 모두 완수하고 원님을 찾아가게 된다. 새털옷을 입는 총각을 본 아내는 그때까지 웃지 않던 웃음을 터트리고 이를 본 원님은 총각과 옷을 바꿔입음으로 해서 계층의 뒤바뀜 현상이 일어난다. 원혼형의 경우에는 이와는 다르게 비극적인 결말을 가지고 있는데, 우렁색시를 원님(임금)에게 빼앗기고 난 후 총각은 슬픔에 잠기게 되고 결국 죽음을 맞이하거나, 원님을 찾아가 아내를 돌려줄 것을 간청하지만 끝내 이루지 못하고 죽게 되어 원님(임금)에게 죽어서라도 복수하는 모습이 보여지거나, 총각의 죽음을 본 우렁색시도 결국 죽음을 택하여 각각 새와 나무로 환생하여 저승에서나마 만남을 지속하려는 내용을 다루고 있다.
이러한 유형들에서는 한 가지 중요한 금기가 존재하는데 이는 우렁색시가 혼기가 차지 않았다는 이유로 총각에게 기다려달라는 말이 그것이다. 이 금기는 결국 깨지게 되고 매우 다양한 시련 양상을 불러오게 된다. 이는 위의 유형에서 보여지듯이 내기시합을 하거나, 새털옷을 입거나 원혼이 되어 복수 또는 만남을 지속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 설화에 등장하는 인물은 크게 여성인 우렁색시와 시어머니, 그리고 남성인 총각과 원님이 등장한다. 우렁색시는 달동물로 상징되는 우렁과 여성으로써의 색시가 결합하여 생생력과 풍요, 재생과 부활의 의미를 지니고 있으며, 시어머니는 다른 작품들과 다르게 부정적인 모습으로 비취지고 있다. 시어머니는 우렁색시와는 반대의 이미지를 지니고 있어 총각으로 하여금 결핍의 대상이 되고 있다. 총각는 대부분 농부의 모습을 하고 있으며 땅을 일구는 존재로 등장한다. 농경을 한다는 것은 풍요와 다산을 상징하며, 이러한 의미는 우렁색시가 가지고 있는 생생력과 일치하여 이 둘의 만남이 필연적인 만남임을 확인시켜 준다. 원님은 시어머니와 마찬가지로 부정적인 대상으로 등장하는데 원님의 등장으로 인하여 계층간의 불화, 개인적인 차원에서 사회적인 차원으로의 확대되는 역할을 해 주고 있다.
이러한 설화의 내용들은 각각 민중들의 바람을 대변해주고 있는데 새털옷을 입힘으로해서 지배계층에 대해 풍자의 시선을 보낸다던지, 현실에서 이룰 수 없는 일을 저승에서 복수하는 원혼형의 모습을 전승한다거나, 계층을 동등하게 바라보며 내기 시합을 벌이는 등, 민중들이 당대의 사회의 모습에 대한 자신들의 목소리를 설화를 통해 문학적 상상력을 발휘하여 구현해내고 있다.
<우렁색시>설화는 현대에 와서 다양한 모습으로 재구성되는데 본고에서는 그 모습이 뚜렷하게 나타나는 권지예의 <우렁각시는 어디로 갔나>, 송경아의 <나의 우렁 총각 이야기>, 이동하의 <우렁각시는 알까>, 최인석의 <서커스 서커스>를 중심으로 논의해보았다.
우렁색시의 모습은 권지예에서는 남편에게 폭행을 당하는 석이엄마가 등장하며, 송경아에서는 여성이 아닌 남성의 모습으로, 또는 인간이 아닌 상품으로 재구성되었으며, 이동하는 부잣집의 딸로, 최인석은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우렁색시임을 드러내었다. 이들은 어딘가 결핍되어 있는 모습을 보이며, 이 결핍으로 인하여 자신의 존재를 찾으려 통과의례를 겪는다. 이 반대편에는 총각의 모습이 있는데, 권지예의 경우에는 총각이라기 보다는 원님에 가까운 가정폭력을 일삼는 변호사와, 송경아에서는 독신을 선호하는 이소현, 이동하는 혼기를 놓치고 노모까지 부양하고 있는 볼품없는 택시기사 황보만석이, 최인석에서는 장꾼이 등장한다. 이들은 우렁색시에게 시련의 대상이 되고, 이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찾으려는 움직임에 촉매역할을 하고 있다.
<우렁색시> 설화의 유형과 비교해 보았을 때 이 네 작품의 경우에는 새털옷형이나 원혼형의 모습과 근접한 내용이 많았는데, 이는 현실을 좀 더 깊이 있고 가깝게 다루고자 하는 작가의 생각이 반영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권지예의 경우에는 새털옷형과 근접하여 행복한 결말로 끝나는 모습을 보이지만 나머지 세 작품은 모두 죽음이나 다른 사람에게 팔려가는 모습등으로 비극적인 결말을 내포하고 있다.
금기의 설정은 송경아와 권지예의 경우에 뚜렷하게 나타나는 데 송경아의 경우에는 직접 마주치지 말라와 권지예의 경우에는 남편에게 들키지 말라라는 금기 사항이 존재한다. 이러한 금기는 결국 깨어지게 되고 이들은 시련을 겪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시련은 통과의례로 작용하여 이들이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계기로 제시되게 된다.
<우렁색시> 설화의 현대적 변용의 의미를 살피기 위해 타자화된 주인공들의 모습을 살펴보았다. 주인공들은 각각 대상에 대해 자신을 투사함으로써 자신을 되돌아보고 자신이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게 된다. 권지예에서는 가정폭력에서 벗어나 행복한 재혼 생활을 하는 석이엄마를 통해, 송경아의 경우는 항상 부러워하던 지영 언니의 이혼결심으로 인해, 이동하는 황보만석을 대상으로 하여 동네사람들의 소문으로, 최인석은 장꾼과 우렁색시 이야기를 통해 자신을 되돌아보고 있다. 설화 속의 내용이 민중들의 욕구를 반영하고 이에 맞추어 문학적 상상력을 발휘하여 그 욕구를 구현하였다면, 현대의 작품들 속에서는 개개인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설화의 내용을 재구성하여 그 뿌리를 찾으려는 모습이 엿보인다고 할 수 있다.
앞서 우리는 <우렁색시> 설화를 고찰하고 그에 따라 현대적 변용 양상을 살펴봄으로 해서 과거를 되짚어 보고 현대를 재조명하는 작업을 진행하였다. 작업을 진행하면서 아쉬움 점이라면, <우렁색시> 설화 자체에 대한 연구가 부족한 것과 현대의 작품이 대부분 최근의 것이라 분석하는데 있어 자칫 독선적인 내용을 내포하고 있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앞으로 설화에 대한 현대적인 변용 양상에 대한 연구가 진척되어 과거를 소중히 간직하고 현대에 나아갈 길을 재조명하는 작업이 계속되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