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디지털 구보, 2001』과 관련한 연구 방향이 우리나라에 최초로 등장한 본격적인 하이퍼텍스트 소설이라는 이유로, 지금까지 이 작품의 하이퍼텍스트적인 속성에만 중점을 둔 결과, 연구의 성과가 지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그러므로 이에 따른 새로운 연구 방향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이를 토대로『디지털 구보, 2001』의 연구 방향을 달리하여 하이퍼텍스트 소설이 아닌, 구보계의 맥을 잇는 ‘구보계 소설’이라는 관점으로 이 작품의 패러디 양상을 통한 문학의 창의적 수용 및 창작 교육적 가능성을 검토해 보고, 그 활용 방안을 모색해 보고자 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하였다.
우선 제Ⅱ장 ‘패러디와 창작 교육’에서는 어떤 한 텍스트가 다른 텍스트와 맺고 있는 관계가 패러디적인지 아닌지를 구분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고, 패러디의 개념을 어떻게 규정하느냐에 따라 텍스트에 대한 판단이 달라질 수 있으며 그에 따라 패러디의 창작 교육적 필요성을 밝힐 수 있으므로, 먼저 패러디와 창작 교육의 관계를 검토하기 위하여 패러디의 개념을 유사 용어들(벌레스크, 아이러니, 인유, 패스티쉬, 표절, 풍자)과 비교․대조해 보았다. 그리고 이러한 작업을 통해 패러디의 개념이 ‘차이가 있는 반복’을 의미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는데, 이 때 ‘반복’은 과거의 풍요롭고 위대한 문학 유산과의 연관을 의미하므로 ‘전통의 계승(繼承)’으로 볼 수 있으며, ‘차이’는 작가의 패러디 의도를 나타내는 비평적 거리를 의미하므로 이는 ‘창의적 수용(收用)’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차이가 있는 반복’이라는 패러디의 개념을 교육적 측면에서 살펴보자면 문학 교육에서 강조하는 ‘전통의 계승(繼承) 및 창의적 수용(收用)’과 크게 다르지 않으므로 본고에서는 패러디의 개념을 ‘창의적 수용을 내포한 전통의 계승’이라 규정하였다.
다음으로는 ‘상호텍스트성’, ‘대화성’, ‘메타픽션’ 이라는 패러디의 기본조건을 통해서 패러디의 창작 교육적 필요성을 검토하였다. 제7차 국어과 교육과정의 ‘문학’영역과 관련하여 주목할 만한 변화는 제6차 고등학교 교육과정에 이르기까지 중시하지 않았던 문학적인 글쓰기, 즉 ‘문학 창작’에 대한 교육을 문학 교육의 내용으로 제시했다는 점이다. 특히 ‘문학 교육과정 해설’은 문학교육의 핵심이 작품의 수용과 창작과정에 있으며, 여기서의 창작이 본격적인 의미로서의 예술창작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강조하며, 문학 창작지도에 관해서 ‘개작, 모작, 생활 서정의 표현’이라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오늘날 이러한 모방을 가장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창작 방법은 바로 패러디이다. 과거에는 패러디를 모방이나 표절이라는 부정적 함의로 받아들였지만 최근에는 그와 같은 부정적인 측면을 분리․제거하고, 오히려 패러디의 영역을 ‘재창조’라는 창조성의 범주에 넣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패러디의 창작 교육적 효과를 살펴보았는데, 창작교육을 위한 패러디는 문학의 ‘창의적 수용’과 ‘창작’을 자연스럽게 연결할 수 있어 여러 가지로 유용한 교육적 효과를 지닌다. 특히, 패러디는 학습자로 하여금 끊임없이 원텍스트와 패러디텍스트의 관계를 중심으로 대화를 하게 하며 문학을 총체적으로 이해하게 하고, 비평적 거리를 갖게 해주며 문학을 감상하는 즐거움 뿐만 아니라 주체적인 문화인으로 성장할 수 있게 해주므로 그 교육적 효과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제Ⅲ장 ‘『디지털 구보, 2001』의 패러디 양상’에서는『디지털 구보, 2001』에 나타난 여러 가지 패러디 양상을 우선 ‘전통의 계승(繼承)’과 ‘창의적 수용(收用)’으로 구분하고, 이들을 각각 ‘내용 요소’적 측면과 ‘형식 요소’적 측면, 그리고 ‘표현 요소’적 측면으로 나누어 구체적인 변모 양상을 비교․분석하여 보았는데, 제Ⅲ장에서 살펴본『디지털 구보, 2001』의 패러디 양상은 제Ⅳ장에서『디지털 구보, 2001』의 패러디 양상을 활용한 창작 교육적 방안을 모색하는 데 아주 중요한 밑바탕이 되었다.
제Ⅳ장 ‘『디지털 구보, 2001』의 패러디 양상을 활용한 창작 교육’에서는 제Ⅲ장에서 살펴본『디지털 구보, 2001』의 여러 가지 패러디 양상을 토대로 실제 창작 교육적 활용 방안을 모색해 보았다. 이에 따라 우선 패러디 창작 교육의 기본적인 원리를 살펴보았는데, 우선 첫 번째 원리는 ‘상호텍스트적’ 해석과 ‘해체적 글쓰기’이다. 패러디 소설은 원텍스트를 초맥락화하고, 경우에 따라서 한편의 소설은 스토리라는 세상을 초맥락화한다. 또 한편으로는 ‘대화적 관계’로 작품을 해체하고, 세상사를 해체하고, 그 다음은 언어의 ‘낯설게 하기’, 즉 전경화를 통해 작가의 의도를 부각시키며 소설에 대한 소설 쓰기를 통해 ‘자아를 반영’하고, 작품에 대한 상호텍스트적 관계로 글쓰기를 한다. 그러므로 패러디를 활용한 창작 교육의 경우 ‘상호텍스트성’에 바탕을 두고 ‘낯설게 하기’, ‘대화성’, ‘메타픽션’의 요소들을 각자의 상황이나 개성에 맞춰 활용해야 한다. 다음 두 번째 원리는 원작품에 대하여 ‘비평적 거리’를 바탕으로 한 ‘빈자리 채우기’이다. 예술 상호 간의 담론의 한 형식인 패러디는 ‘대화성’을 바탕으로 한다. 이러한 대화가 이루어지려면 원텍스트에 대한 꼼꼼한 읽기가 요구된다. 이전의 예술 작품을 재편집하고, 재구성하고, 전도시키고, 초맥락화하는 통합된 구조적 모방의 과정이 이루어지려면 대화 관계가 이루어져야하며, 이 대화 관계를 파악하는 길이 수용미학에서 말하는 ‘빈자리 찾기’이다. 패러디는 이 ‘빈자리 찾기’를 바탕으로 패러디 작가의 ‘비평적 거리’를 반영하여 원텍스트와의 차이를 드러낸다.
다음으로는 패러디 창작 교육의 교수―학습 원리를 살펴보았는데, 첫째는 텍스트의 이해와 감상 및 창작의 과정이 총체적으로 전개될 수 있는 학습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고, 둘째는 텍스트의 열린 접근 방식으로 패러디 전략을 위한 기본적인 교수―학습 과정에서 다양한 텍스트를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며, 셋째는 학습자가 중심이 되어 활동하는 학생 중심의 교수―학습 활동을 전개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넷째는 자기 반영성의 원리가 적용되어야 한다는 것이고, 다섯째는 학습자의 상상력을 계발하는 데 역점을 둔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패러디를 활용한 창작 교육의 교수―학습 모형을 제시하고, 그 모형을 바탕으로 제7차 교육과정에서 제시한 ‘창작 전 ‧ 중 ‧ 후 활동’ 중심의 절차를 모색해 보았으며 이를 토대로『디지털 구보, 2001』의 패러디 양상을 활용한 창작 교육의 실제 방안을 제시해보았다.
그러나 본고에서 제시한 창작 교육적 활용 방안은 아직 실제 현장에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그 효과를 검증해보지 못했다는 점에서 한계를 지닌다. 그러므로 본고에서 제안하고 있는 창작 교육적 방안을 실제 학교 현장에 직접 활용해 봄으로써 문제점을 평가하고, 본고의 목표 달성 여부를 확인하는 연구가 앞으로도 계속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그리고 실제 학교 현장에서 이 방안들이 수정․보완되면서 좀더 나은 활동과 방안들을 통해 지속적으로 발전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