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문인이자, 독립 운동가였던 육사 이원록의 시정신을 연구하는데 있다. “무겁기가 철석과도 같고 고상하기가 가을하늘과 같은 거룩한 뜻”을 지닌 채, 생애 전부를 독립운동에 투신했던 그는 행동적 실천인의 전범으로 조국미래에 대한 성찰과 고뇌를 누구보다 절실하게 보여주었다.
동시대 대부분 작가들은 개인주의나 전원주의에 빠져 역사적 대응력과 사회적 현실을 외면하였으며 거기에는 일본의 험악한 현실과 직접 충돌을 피하고 순문화적 경향을 꾀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한 식민지 암흑 속에서 그가 보여준 불굴의 의지와 희생정신은 자유와 평화의 근원으로, 민족의 자긍심이자 희망으로 또 양심으로 주의 깊게 되새길 필요가 있다.
육사가 시작품을 발표하기 시작한 것은 1930년 <조선일보>에 이활李活이라는 필명으로 시「말」을 발표하면서부터이다. 이후 1933년 <신조선>에「춘수삼제」와「황혼」을 발표했는데, 작품성을 인정받은「황혼」이 시단에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이육사라는 이름으로 본격적으로 활동하기 시작한다. 즉 육사의 시 창작 출발점은 1930년경부터라고 할 수 있다.
육사의 정신성 확립에 기여한 조건에는 목적과 신념이 크게 자리한다. 그것은 동시대 시인들에게서 찾아볼 수 없는 현실정신과 강인한 투혼의 발휘다. 육사의 이 같은 정신세계는 그의 시에서 혼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현재와 미래를 넘나드는 시대의 치열한 상징성을 갖는다. 육사에게 시대현실은 삶에 대한 확신으로, 그의 시는 행동과 정신의 끝없는 지향으로 과거를 반성하고 미래를 기원하는 실천적 역동성에 있다. 한국시문학사의 정신적 일면을 담당하고 있다는 면에서 그 가치가 매우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