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의성(ambiguity)은 하나의 표현이 여러 가지 의미를 지니는 것이다. 그런데 그 특징상 모호한 표현과 잘 구별되지 않아 중의성과 모호성을 같은 개념으로 사용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또한 중의적 표현을 표현의 다양성으로 보지 않고 틀린 문장으로 보아 바르게 고쳐야 하는 것으로 보고 있는 경우도 있었다. 이에 본고에서는 중의적 표현과 모호한 표현을 구별해야 함을 느끼고 중의성과 모호성의 차이를 구별하는 데서부터 논의를 시작하였다. 그리고 국어과 교육과정에서 중의적 표현을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 살펴보았고 교육내용의 문제점을 지적하여 중의적 문장을 효과적으로 가르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 보았다.
중의성과 모호성은 하나의 표현이 여러 가지 의미를 지닌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었다. 그러나 이 둘은 엄연히 다른 개념이며 이들의 차이를 구분하기 위해 본고에서는 해석되는 의미들 간의 관계성을 그 기준으로 내세웠다. 즉, 하나의 핵심적 의미에서 추론이 가능한 의미들은 모호한 표현이며 그러한 추론이 불가능한 의미들은 중의적 표현이라는 것이다.
본고에서 다룬 중의적 문장은 중의성의 종류 중에서도 통사적 중의성에 속하며 그 양상은 매우 다양하다. 교과서에서는 수식범위에 따른 중의성, 접속 구문의 중의성, 비교 구문의 중의성, 부정문의 중의성을 다루고 있었는데 교육내용에서 몇 가지 문제점을 확인하였다. 먼저 교육과정에서 보이는 문제점은 다음과 같다.
중의적 문장은 6차부터 국어과 교육과정 안에서 다루어져 현행 7차에 걸쳐 2007년 2월에 발표된 7차 개정안에도 포함되어 국어과 교육과정 안에 자리를 잡은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중의적 문장이 다루어지고 있는 국어지식의 하위영역은 각 교육과정마다 달랐다. 6차에서는 의미영역에서 다루었으며 7차에서는 문장영역에서 다루고 있었다. 개정안에서도 중의적 문장을 재제로 하고 있지만 문장의 ‘구조’가 아닌 ‘해석’되는 현상에 초점을 두어 의미영역에서 다루지 않을까 예상하는 바이다.
이렇게 관점에 따라 교육과정이 다르게 나타나는데, 7차에서 중의적 표현이 문장영역에서 다루어지고 있는 이유는 중의적 문장이 문장 구조의 이상으로 나타난 표현인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의적 문장은 상황에 따라 다르게 해석되는 문장으로, 문장의 구조가 아닌 해석의 문제로 보아야 할 것이다. 따라서 지금과 같이 문장 영역에서 다루어질 것이 아니라 의미 영역에서 다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외에도 교육내용에서 문제점을 찾아 볼 수 있다. 첫째, 중의적 표현과 모호한 표현이 서로 다름에도 불구하고 이 둘의 용어를 구별하지 않고 사용하고 있는 점이다. 교과서를 살펴보면 9학년 <생활국어>에서 중의적 문장으로 다룬 표현이 10학년 <국어(상)>에서는 모호한 표현으로 다루어지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모호성과 중의성을 구분하지 않아 혼동되어 제시되고 있는 실정이다.
둘째, 중의적 문장이 마치 문법에 어긋난 표현인 양 틀린 문장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선택 심화 과목인 고등학교 <문법> 교과서에서는 불과 10쪽을 사이에 두고 앞에서는 중의적 문장으로 뒤에서는 틀린 문장으로 다루고 있다. 이와 같은 문제점은 학습자에게 혼란을 야기 시키므로 우선 중의성과 모호성에 대한 관점이 바로 서야 하며, 그에 맞게 교육내용도 바르게 제시되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중의성을 해소하는 방법에는 다양한 방법이 있는데 교과서에서는 대부분 어순을 교체하는 방법만을 사용하고 있는 점이다. 이 역시 중의적 문장을 문장 구조의 이상으로 나타난 표현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중의적 문장은 그 중의성을 해소하는 데 초점을 두어 중의성을 해소하는 다양한 방법을 실제 언어생활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교수·학습해야 한다.
그리하여 본고에서는 중의적 문장을 국어과 기능영역과 통합하여 교수·학습할 것을 제안하였다. 듣기·말하기 영역에서는 반언어적 표현을 활용하여 중의적 문장의 중의성을 해소할 것을 제안하였다. 먼저, 듣기영역에서는 교사가 듣기자료를 바탕으로 강세, 고저, 장단, 쉼 등을 사용하여 문장을 불러주면 학습자가 그것을 듣고 어떤 의미로 해석되는지 생각해보는 활동을 교수·학습할 수 있다. 그리고 말하기 영역에서는 중의적 문장과 함께 해석 가능한 의미를 제시하여 주고, 각각의 의미로 전달하기 위해서 어떤 방법을 쓸 수 있는지 생각해 보고 직접 말해보도록 하는 활동을 할 수 있다.
읽기·쓰기 영역과의 통합에서는 주로 문맥(맥락)을 활용하는 방법을 제안하였다. 읽기 영역에서는 중의적 문장이 쓰인 글의 문맥(맥락)을 고려하여, 글을 읽고 중의성을 해소하는 방법을 교수·학습할 수 있다. 학습자는 짧은 글 안에서 앞, 뒤 맥락을 고려하여 문장의 의미를 해석할 수 있을 것이며 이에 따라 자연스럽게 글쓴이의 의도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쓰기영역에서는 문맥(맥락)을 활용하거나 어순교체, 삽입 등을 사용하여 중의성을 해소할 수 있다. 학습자가 중의적 문장을 활용하여 자신이 전달하려는 의도에 맞게 맥락을 고려해 한편의 짧은 글을 짓는 활동이 그것이다. 이를 통해 학습자는 자신의 의도를 효과적으로 드러내는 표현 방법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중의적 표현은 자신이 의도하지 않게 상대방에게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고, 반대로 의도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전달할 수도 있다. 즉, 표현의 다양성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교육내용에서는 문장 구조의 이상으로 나타난 바르게 고쳐야 하는 표현으로 보았고, 이에 본고에서는 중의적 문장의 해석에 초점을 두어 그 해소방안을 기능영역과 함께 다룰 수 있는 통합교육으로 끌어왔던 것이다.
통합교육이라는 말이 나온 지는 꽤 되었어도 아직까지 통합교육에 대해 의견이 분분한 지금 어설픈 통합교육 방법을 운운하는 것 자체가 부끄럽다. 중의적 문장을 국어과 기능 영역과 통합하여 제시한 교수·학습 방법이 깊이 있게 다루어지지 못한 점도 이 논문의 한계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중의적 문장의 장점을 살려 학습자에게 좀 더 쉽고 재미있게 가르치고 싶은 생각이 있었고 생각 끝에 발견한 것이 기능영역과의 통합교육이었다. 본 논문은 비록 도킹이 아닌 랑데부적 통합에 도킹과 랑데부적 통합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주세형(2005)를 참조.
가까운 제안을 하였지만 현재 중의적 문장의 교수·학습보다 한 걸음 나아간 방법이라는 점에서 의의를 가진다. 이를 통해 조금이나마 학습자들이 문법 지식에 흥미를 가지고 이해와 표현능력이 길러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문법교육의 무용론이 나올 만큼 문법교육의 위기가 있었지만 조금씩 그 위기가 나아지고 있음을 느낀다. 보다 활발한 연구가 진행되어 문법 교육의 위상이 바로 설 날이 다가오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