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사기』열전편에 실려 전하는 온달설화는 바보 온달이 평강공주와 혼인하여 고구려의 명장으로 성장하여 나라를 구한다는 이야기이다. 온달설화와 관련된 기존의 연구는 다양한 측면에서 분석, 검토되고 있다. 온달설화에 관련된 논의는 온달전이 설화적 구성체로 되어 있다는 논의를 일단 수용한 뒤 그 방향을 달리하여 각각 다음의 두 가지 방면으로 나뉘어 연구되어 왔다. 하나는 온달을 역사 자료로 이해하는 입장을 취하여 당대 고구려 사회의 어떤 변화와 동태를 찾아내고자 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문학적 가치를 수용하여 설화적 작품으로서 온달을 이해하고자 한 것이다. 온달전의 전승양상에 관한 연구와 온달을 통해 당대 고구려 사회를 짐작하고자 한 연구는 전자의 논의를 수용하는 연구들이며, 서사적 줄거리를 바탕으로 한 설화의 내용 분석 및 그 가치에 관한 연구와 현대적 변용 양상에 관해 밝힌 연구는 후자의 논의를 수용한 연구들이다.
온달설화는 그 문학적 소재가 뛰어난 탓으로 현재 다양한 측면에서 수용되어 다양한 장르로 변형, 재창조되고 있다. 본고에서는 온달설화의 현대적 의미를 세 가지 차원에서 분석하고 이를 생명력의 원인으로 파악하여 온달설화와 현대적 작품을 비교하였다. 온달설화의 생명력은 첫째, 온달의 사랑과 둘째, 바람직한 현대 여성상에 대한 인식과 셋째, 현대 산업사회 속에서 새롭게 등장한 온달콤플렉스이다.
최인훈의 희곡 『어디서 무엇이 되어 만나랴』는 온달설화와의 비교를 통해 그 현대적 의미에 대해 살펴보았다. 새롭게 첨가된 꿈 이야기를 통해 온달과 평강의 만남에 대한 필연성을 밝히고 온달의 비극적 미래를 암시하며 평강이 온달의 사랑을 확인하는 장치로 사용하여 작품에 개연성을 부여하였다. 또한 기존의 평강 중심으로 전해지던 설화를 온달 중심으로 새롭게 해석하여 온달의 신이한 영웅적인 면모를 강조하였으며 계모와의 갈등을 통한 평강공주의 심화된 사회적 갈등 양상을 제시하여 부조리한 현실 인식과 온달에 대한 왜곡된 사랑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또한 이 이야기에는 아기장수 설화와 은혜 갚은 까지 설화가 원용되어 기존 설화의 다양한 이야기 수용 가능성을 제시하였다.
아카펠라 뮤지컬 『거울공주 평강 이야기』는 왜곡된 평강의 모습을 쫓아 그녀가 되기를 희망하는 시녀 연이를 통해 우리 사회의 여성에 대한 왜곡된 인식과 바람직한 여성상에 대해 제시하였다. 온달설화의 평강이 지혜를 바탕으로 온달을 영웅으로 성장시킨 것에 반해 이 이야기 속의 평강은 외향적인 아름다움만을 추구한다. 연이는 그러한 왜곡된 평강의 모습을 시기하고 질투하지만 그녀가 되기를 희망하여 거울을 훔쳐 달아난다. 거울은 현대 우리 사회에 여성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조장하는 일부 어긋난 시각을 상징한다. 결국 연이는 야생소년의 도움으로 내면의 아름다움을 되찾고 진정한 자아를 발견한다. 자신이 미처 알지 못한 숨겨진 내면의 한 부분을 깨닫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는 측면에서 야생소년과 온달설화의 온달은 동일한 역할을 해내고 있다. 설화 속의 온달이 평강공주가 사랑을 확인하도록 돕는 중요한 역할을 해 냈다면 『거울공주 평강 이야기』의 야생소년은 연이가 내면의 아름다움을 회복하도록 돕는 역할을 해 냈다. 그들은 모두 죽음을 통해 이러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며 평강공주와 연이가 긍정적 삶을 살도록 이끄는 역할도 더불어 해내고 있다.
현대 드라마 『사랑한다 웬수야』는 부잣집 외동딸 해강과 결혼한 종세를 통해 온달 콤플렉스에 대해 제시하였다. 온달 콤플렉스란 제력이나 능력이 뛰어난 여성을 배필로 만나 신분 상승을 하려는 남성들의 심리를 일컫는 신조어이다. 사회적 변화는 다양한 남성상을 제시하였는데 온달형 남성상은 그 대표적인 예이다. 온달형 남성상은 여성의 능력이나 물질에 의존해서 출세하고자 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사내대장부 남성상과 상반된다. 종세는 자신의 노력과 성과는 인정해 주지 않고 모든 걸 아내 덕으로 돌리는 사회적 시선 때문에 괴로워한다. 부부의 갈등은 종세의 왜곡된 심리에서 시작되는데 우리사회가 요구하는 가부장적 남성상에 대해 부흥하지 못하는 종세가 내적인 갈등을 겪고, 이에 대한 원인을 해강에게 돌리는데서 비롯된다. 종세는 자신의 갈등을 해결하고자 이혼 프로젝트를 꾸민다. 이 이야기 속 온달과 평강의 어긋난 오해의 양상은 온달설화의 온달에 대한 평강의 왜곡된 사랑의 방식과 비교하여 뒤바뀐 모습으로 제시되고 있는데 종세가 해강을 이용하여 사회적 명성을 얻으려고 한 것에 반해 해강은 순수하게 그를 사랑하는 모습으로 표현되고 있는 점이 그것이다. 결국 이혼을 계기로 종세는 해강에 대한 사랑을 깨닫고 열린 결말 구조를 통해 작품에 다양한 의미를 부여하여 인간적 차원의 화해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온달설화는 작품에 대한 해석의 폭이 넓어 현대에도 끊임없이 여러 부분에 수용될 가능성이 많은 작품이다. 진보적인 여성의 모습을 보여 주었던 평강과 온달의 순수한 사랑은 오늘날 우리 사회가 남녀에게 요구하는 바람직한 모습으로서 그 의미를 지닐 수 있을 것이다. 기존에 연구된 온달설화의 다양한 논의들을 바탕으로 이야기의 중심 구조를 따르는 범위에서 새롭게 수용된 현대적 두 작품, 『거울공주 평강 이야기』와 『사랑한다 웬수야』는 왜곡된 평강의 모습과 온달의 모습을 제시하여 원전의 가치를 다시 한 번 인식하는 계기를 마련하여 주었다. 이는 급격히 변화된 시대에 남성과 여성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밝혀 주었다는 측면에서 연구의 의의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