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 소설은 텍스트 자체가 지닌 난해함으로 말미암아 읽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근대문학의 가장 두드러진 돌출 중의 하나임은 분명하다. 이상의 기투(企投)는 치열하며, 치열한 만큼 의미의 진폭은 함부로 젖혀 두기 어렵다. 기존 연구는 인상 분석, 실존주의 분석, 정신분석학적 분석, 구조 분석, 기호론 분석, 작가론 분석과 같은 여섯 가지 분석 경향을 지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글의 연구목적은 이상의 소설작품을 다시 읽는 데 있다. 그때 비로소 이상 소설이 지니는 문학 보편성이나 이상 문학이 안고 있는 유희정신을 해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이 글에서 ‘모더니즘’이란 용어는 사용하지 않으며, 구성분석(서술의 시간성과 시점)을 바탕으로 하여 이상 소설의 서사구조 분석이 행해진다.
이 글의 연구대상은 작품 모두에 회상 프롤로그를 두는 이상 소설들, 즉 「十二月十二日」, 「不幸한 繼承」, 「幻視記」, 「失花」이다. 이 글은 이 네 편의 소설작품을 ‘프롤로그 소설’로 범주화하여 이상 소설의 서사구조를 분석해 간다. 이 글의 연구범위는 다음과 같다. 이상 프롤로그 소설은 서로 시간차(時間差)를 지니는 프롤로그와 서사 사이의 긴장관계로 인해 역동적인 서사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이러한 서사구조는 작품 모두에 프롤로그를 두지 않는 다른 이상 소설작품들에는 없는 독특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글은 프롤로그와 서사 사이의 긴장관계로 인해 형성되는 이상 프롤로그 소설의 서사구조를 상(像)으로 제시한다. 본론에서는 우선 「李箱」이라는 기표에 담겨 있는 상자(箱子)라는 표상과의 관련성 아래서 이상 프롤로그 소설의 서사구조가 공통적으로 포함하고 있는 서사 형식과 서사 내용을 밝히며, 이상 프롤로그 소설 전체의 서사구조를 상자의 구조로 이해한다. 그리고 서사구성(敍事構成) 분석을 바탕으로 이상 프롤로그 소설 각각 작품의 서사구조를 나선형(「十二月十二日」), 회귀형(「不幸한 繼承」, 「幻視記」), 분열ㆍ융합형(「失花」)이라는 상으로 유형화한다. 본론에서의 분석내용을 간략하게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이상 프롤로그 소설의 서사구조는 공통적으로 서로 시간성을 달리하는 ‘현재에서 서술하는 자아’와 ‘과거에서 서술되는 자아’가 통합되는 서사구성에 의해 회귀하는 시간을 조직한다. 이 글은 이와 같은 공통된 구조적 특징을 지니는 이상 프롤로그 소설의 서사구조를 상(像)으로 유형화한다. 그리고 이상 프롤로그 소설의 전개과정을 작품의 완성도가 높아지면서 복잡해지는 과정으로 보며, 「十二月十二日」을 불완전한 서사구조(2장), 「不幸한 繼承」과 「幻視記」를 안정적 서사구조(3장), 「失花」를 복합적 서사구조(4장)으로 각각 분류하여 이상 프롤로그 소설 각각 작품의 서사구조를 분석한다.
「十二月十二日」은 서사 중간에서 ‘현재에서 서술하는 자아’가 서사를 구성하는 역할을 잃으면서 구조가 파탄되고 있다. 소설 후반부에서 서사는 내포작자에 의해 구성되어 가는데, 위에서 아래로 이동을 반복하는 시점이 불완전한 구조를 다시 안정시켜 어느 정도 짜임새 있는 표현세계를 형성하게 된다. 그리고 에필로그에서는 나선상으로 구조화되는 서사의 서술주체였던 내포작자가 서술 내용이나 인칭의 변화를 통해 자신을 드러냄으로써 서사에 틀이 설치된다. 완성도는 높지 않지만 「十二月十二日」은 이상 프롤로그 소설을 이루는 주요한 구성요소(회상 프롤로그, 서술주체를 ‘현재에서 서술하는 자아’와 ‘과거에서 서술되는 자아’로 나누는 서사구성, 시점 이동에 의해 설치되는 틀)를 낳은 실험장이라 할 수 있는 작품이다. 이 글에서는, 이 작품이 이상 프롤로그 소설의 구성적 특징을 만들지만 서사 중간에서 구조가 불완전해 지는 것을 토대로 불완전한 서사구조로 본다.
「不幸한 繼承」과 「幻視記」는 공통적으로 ‘과거에서 서술되는 자아’를 통해 서사를 구성해 온 ‘서술하는 자아’가 다시 ‘서술하는 현재’로 회귀하는 서사구성에 의해 안정적인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이상 프롤로그 소설의 특징을 가장 뚜렷하게 보여 주는 이 작품들을 안정적 서사구조로 본다.
「失花」는 「不幸한 繼承」이나 「幻視記」와 같이 이상 프롤로그 소설의 구조적 특징인 회귀적인 시간성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失花」는 서사 전개방식이 분열적인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회귀적인 동시에 융합되는 복잡한 서사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不幸한 繼承」과 「幻視記」와 같이 이상 프롤로그 소설의 구조적 특징을 지니면서도 그들보다 더욱 복잡한 서사구조를 형성하고 있는 이 작품을 복합적 서사구조로 본다.
이와 같이 본론에서는 이상 프롤로그 소설의 특징에 대해 논하고, 서사구성 분석을 바탕으로 해서 이상 프롤로그 소설 각각 작품의 서사구조를 분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