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평등 수준이 대체로 낮은 한국 사회에서 여성은 노골적이고 명백한 구식의 성차별부터 미묘하고 일상적인 현대적 성차별까지 경험한다. 성차별은 심리적 문제, 특히 여성에게 취약한 우울을 유발하기 때문에 젠더 마이크로어그레션을 토대로 한 일상 속 성차별에 주목하여 여성의 우울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일상 속에서 성차별을 많이 경험할수록 세상의 정당성을 의심하게 되고 이는 우울로 이어진다. 낮은 정당한 세상에 대한 믿음이 우울로 이어지지 않기 위해서는 성차별 경험과 정당한 세상에 대한 믿음을 새롭게 해석할 수 있는 인지적 틀이 필요하며, 여성주의 정체성 차원이 그 역할을 할 것으로 예측한다. 이에 본 연구는 일상 속 성차별 경험, 정당한 세상에 대한 믿음, 우울의 관계에서 여성주의 정체성 각 하위차원이 조절된 매개효과를 갖는지 확인하고자 하였으며, 정당한 세상에 대한 믿음의 두 하위 요인인 개인적인 믿음과 일반적인 믿음을 각각 매개변수로 설정하였다. 연구 모형을 검증하기 위해 20~30대 여성 321명의 자료를 SPSS 22.0과 PROCESS Macro for SPSS 3.5 4번, 14번 모형을 이용하여 분석하였다.
연구 결과, 첫째, 일상 속 성차별 경험과 우울의 관계에서 정당한 세상에 대한 개인적인 믿음의 매개효과가 있었지만, 여성주의 정체성 차원의 조절된 매개효과는 유의하지 않았다. 둘째, 일상 속 성차별 경험과 우울의 관계에서 정당한 세상에 대한 일반적인 믿음의 매개효과는 유의하지 않았다. 셋째, 일상 속 성차별 경험, 정당한 세상에 대한 일반적인 믿음, 우울의 관계에서 여성주의 정체성 각 차원의 조절된 매개효과를 확인한 결과, 3가지 차원(폭로, 새김-감화, 적극적 헌신)에서 조절된 매개효과가 있었고 나머지 2가지 차원(수동적 수용, 통합)의 조절된 매개효과는 유의하지 않았다. 구체적으로 폭로, 새김-감화, 적극적 헌신 수준이 낮을수록 성차별 경험이 정당한 세상에 대한 일반적인 믿음을 거쳐 우울을 유발하는 효과가 강해졌다.
본 연구는 성차별 경험과 우울의 관계에서 정당한 세상에 대한 믿음이라는 인지적 요인이 중요하다는 것을 확인했고, 특히, 정당한 세상에 대한 일반적인 믿음과 여성주의 정체성이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밝혔다. 또한, 성차별 경험으로 심리적 문제를 겪는 여성 내담자의 세계관과 여성주의 정체성 차원에 따라 서로 다른 치료적 개입이 필요하다는 것을 밝혔다는 데 의의가 있다. 마지막으로 본 연구의 대상과 사용한 측정 도구 및 변인 해석에 있어 제한점을 논의하고 후속 연구를 제안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