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문 초록】
자살의 업무상 재해 인정에 관한 연구
-이른바 “과로자살”을 중심으로-
아주대학교 대학원
법학과
황규식
(1) 현행 산재보험법상 근로자의 자살에 대한 업무상 재해의 인정범위가 좁고, 인정기준이 매우 엄격하다. 이 때문에 업무상 과중한 신체적· 심리적 부담을 원인으로 한 이른바 “과로자살”도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기가 거의 어렵다. 이에 과로자살의 업무상 재해를 인정하는 법제도의 개선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2) 연구의 전제인 과로자살이란 “업무상의 과중한 신체적·심리적 부담으로 건강장애가 발생한 상태에 기인한 자살”을 말한다. 현행 산재보험법상은 (과로)자살과 업무와의 상당인과관계가 있어도 정신적 이상상태에서 일어난 자살이 아니면 업무와의 인과관계가 단절된 것으로 보아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지 않는다. 과로자살의 업무상 재해를 인정하는 법적 규율로 산재보험법령과 근로복지공단의 지침을 분석하였다. ‘과로자살의 원인’으로 장시간 근로, 급성의 충격적 사건, 업무의 변화 등을 확인하였다. 현행법상 과로자살에 대한 업무상 재해의 인정 요건은 (ⅰ) 업무상의 과로가 있을 것, (ⅱ) 업무상의 과로와 발병한 정신질환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을 것, (ⅲ) 정신질환과 자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을 것 등으로 삼중적 인과관계를 요구한다. 과로자살에 대한 업무상 재해의 인정절차는 조사절차와 판정절차로 이원화되어 있고, 재해조사는 근로복지공단의 소속기관에서 진행하고 판정은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에서 하고 있다.
(3) 과로자살의 업무상 재해의 인정에 관하여 (ⅰ) 인정범위, (ⅱ) 인정기준, (ⅲ) 인정절차 및 인정체계로 구분해 검토하였다.
첫째, 과로자살의 ‘인정범위’와 관련해, 정신질환이 있으면 고의성이 조각된다는 ‘인과관계중단’이론은 자살의 개념으로 비추어 봐도 모순되고, 정신질환에 이환되지 않고도 자살이 생기는 현실과도 불일치함을 확인하였다. 공단은 과로자살을 유발하는 정신질환의 범주도 ICD-10 질병분류 F3과 F4만을 대상 질병으로 하고, F2를 제외해 인정범위를 축소하였다.
둘째, 과로자살의 ‘인정기준’과 관련해, 먼저 과로자살의 원인이 복수로 경합할 경우에 상당인과관계의 인정기준에 대하여 (ⅰ)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상대적 유력원인설’의 입장에서 인정하고, (ⅱ) 법원은 외형상 ‘상대적 유력원인설’과 ‘공동원인설’을 구분하여 판단하고 있으나 실질적으로는 ‘상대적 유력원인설’에 의하여 인정하고 있다. (ⅲ) 학계의 다수설은 ‘공동원인설’을 기준으로 인과관계를 인정해야 한다는 견해이다. 또한, 업무과중성의 판단기준과 관련해 (ⅰ)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동종업종의 ‘평균 근로자’를 기준으로 판단한다. 하지만, (ⅱ) 최근의 판례에서는 ‘본인기준설’을 중심으로 판단하는 경향이 고착되고 있다. (ⅲ) 학계의 다수설은 일반적 업무상 질병과 마찬가지로 ‘재해자 본인’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셋째, 과로자살의 ‘인정절차’ 및 ‘인정체계’와 관련해, ‘조사절차 및 체계’와 ‘판정절차 및 체계’로 이원화해 검토하였다. ‘조사절차’는 근로복지공단의 소속기관에서 행하고, 또한 ‘판정절차’는 「서울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에서 집중해 심의한다. 이러한 조사절차와 판정절차의 법률상 근거는 없다. (ⅰ) 과로자살에 있어 업무상 재해의 ‘조사절차’는 조사항목이 구체적이지 않고 업무상 심리적 부담 정도에 대한 판단기준이 계량화되어 있지 않다. 두 개 이상의 사건에 대한 종합적 판단을 위한 방법도 없다. 이에 심리적 부담에 대한 판단은 주관이 개입되기가 쉽고, 추상적이다. (ⅱ) 과로자살에 있어 업무상 재해의 ‘판정원칙’은 산재보상제도의 생활보장적 입법취지에 상당한 규범적 판단을 해야 한다. 그런데,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의학적 판단에 치우쳐 있고, 신청인에게 사용자의 답변이나 자문의사의 소견을 제공하지 않고 있다. 이에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의 판정에 대한 객관성과 공정성이 미흡하다는 문제가 제기된다.
(4) 과로자살의 업무상 재해의 인정 여부와 관련한 외국 법제의 시사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과로자살의 인정범위’와 관련해, 독일과 프랑스는 ‘고의성’이나 ‘정신질환’의 유무를 기준으로 삼지 않고 자살의 동기와 업무와의 인과관계를 중심으로 법리를 구성하고 있다는 점이다.
둘째, ‘과로자살의 인정기준’과 관련해, 일본에서는 업무에 의한 심리적 부담 강도를 평가표에 따라 강·중·약으로 분류하여 평가한다는 점과, 프랑스와 벨기에는 업무의 수행시 또는 업무의 수행사실과 관련하여 발생한 자살은 반증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업무상재해로 추정한다는 점이다.
셋째, ‘과로자살의 인정절차 및 체계와 관련해, 사회보장제도가 오래 전에 체계화된 독일과 프랑스는 보험담당 행정기관에서 직접 조사하지 않고, 별도의 전문가인 기술감독관이나 국가공인 재해조사관에게 조사를 의뢰해서 실시한다는 점이다.
(5) 이번 연구를 통하여 과로자살의 업무상 재해 인정을 위하여 해석론적 방안과 입법론적 방안을 도출해 제시하였다.
먼저 해석론적 방안으로는 다음의 두 가지를 제안하였다.
첫째, 과로자살을 인정하는 새로운 법리로서 정신적 이상상태에 기초하지 않은 자살이라 하더라도 업무상 과로와 자살간에 업무기인성 인정되면 업무상재해로 인정하는 법리를 수용할 필요가 있다. 둘째, 과로자살을 인정하는 업무과중성의 판단기준을 사회평균인이 아니라 재해자 본인을 기준으로 판단되도록 해석될 필요가 있다.
입법론적 방안으로는 다음을 제안하였다.
첫째, 과로자살의 전제가 되는 ‘업무상 과로’의 개념을 정립해야 한다. 산재보험법 제5조 제9호에 ‘업무상 과로란 업무상의 과중한 신체적·심리적 부담으로 건강장애가 발생한 상태를 말한다.’로 정의 규정을 신설할 필요가 있다.
둘째, 과로자살의 인정 요건을 새로운 법리로 정립해야 한다. 현행 법령의 해석적 방법으로는 정신질환에 이환되지 않고 자살한 과로자살을 포섭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에 입법적 방안으로 산재보험법 제37조 제2항을 “근로자의 고의ㆍ자해행위나 범죄행위 또는 그것이 원인이 되어 발생한 부상ㆍ질병ㆍ장애 또는 사망은 업무상의 재해로 보지 아니한다. 다만, 그 부상ㆍ질병ㆍ장애 또는 사망이 업무상 과로로 인해 발생한 경우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가 있으면 업무상의 재해로 본다.”라고 개정할 필요가 있다.
셋째, 업무상 과로의 기준을 구체적으로 정립해야 한다. 기존의 산재보험법시행령의 해석만으로는 ‘업무상 과로’의 구체적인 기준을 정립할 수 없으므로 입법적인 방안으로 산재보험법시행령 제36조를 제1항과 제2항, 제3항으로 구분하고, 먼저 같은법 시행령 제36조 제1항에서 제1호와 제2호는 기존의 규정대로 존치하고 제3호를 수정하고, 제4호를 신설할 필요가 있다. 먼저, 산재보험법시행령 36조 제1항 제3호는 “자해행위 전 4주 동안 160시간 이상의 시간외 근무를 한 경우 또는 3주 동안 120시간 이상 시간외 근무를 한 경우”로 규정을 개정하였다. 또한 같은법 시행령 제1항 제4호는 “자해행위 전 6개월 사이에 업무상의 강한 신체적·심리적인 부담이 인정되는 경우”라고 규정을 신설하였다.
넷째, 과로자살의 인정을 위한 ‘정신장애의 범위’를 확대 해석해야 한다.
ICD-10 질병분류상 기능성 정신장애인 F2-F4 뿐만 아니라 업무상 사고나 질병으로 발생한 기질성 정신장애인 F0-F1도 과로자살 인정을 위한 정신장애의 범위로 포함해야 한다.
다섯째, 업무수행과 관련된 자살을 업무상 재해로 추정하고, 증명책임을 전환해야 한다. 이에 대해서는 기존 법령이 존재하지 아니하므로 입법적 방법으로 산재보험법시행령 제36조 제2항을 신설하여 업무수행과 관련된 자살을 인정하는 구체적인 인정기준을 신설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산재보험법 시행령 제36조 제2항으로 “근로자가 업무수행 중이거나 업무수행 사실과 관련하여 자살한 경우 업무상 재해로 추정한다. 다만, 사업주가 업무와 상관없음을 증명한 경우는 그러하지 아니한다.”라는 내용을 신설해야 한다. 이 조문을 통하여 프랑스처럼 업무수행과 관련하여 일어난 자살은 사업주의 반증이 없는 한 업무상 재해로 추정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여섯째, ‘심리부검제도’를 실시하도록 해야 한다. 조사의 전문성과 객관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법제 하에서는 한계가 있다. 이에 입법론적 방법으로 산재보험법 제38조의 2(심리부검센터)를 신설하여 심리부검센터를 설치할 필요가 있다. 또한 산재보험법시행령 제36조 제3항에 심리부검센터에 심리부검을 의뢰하는 것을 명문화하는 규정을 신설할 필요가 있다. 구체적으로 “자살행위 전후의 심리ㆍ행동변화 등을 바탕으로 자살원인을 분석하고, 자살자의 가족에 대한 심리적 지원을 제공하기 위하여 심리부검을 실시할 수 있다. 이 경우 미리 자살자 가족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라고 신설할 필요가 있다.
일곱째, 자살 심의의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해석론적 방법으로는 다툼이 생기므로 입법론적 방법으로 산재보험법 제38조 제1항을 “제37조 제1항 제2호에 따른 업무상 질병과 제37조 제2항 자살 사건에 대한 업무상 재해의 인정 여부를 심의하기 위하여 근로복지공단 소속 기관에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이하 "판정위원회"라 한다)를 둔다.”라고 개정하여 자살에 대해 별도로 판정위원회에서 심의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판정위 운영규정 제8조 제6항을 신설하여, “사건 담당자는 심의사건에 대하여 주치의 소견, 청구인 및 사용자의 의견을 청구인과 사용자에게 전달하여야 한다.”라고 명문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판정위원회운영규정 제14조 제4항을 신설하여 “신청인 또는 청구인, 보험가입자가 심의회의에 출석하여 의견진술을 할 경우에는 동시에 입장하여 진술하게 하고, 상대방의 의견에 대해 반론도 허용하게 하여야 한다.”라고 규정을 신설하여 판정의 공정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