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에서는 생계직업을 따로 가지면서도 공연예술인들이 예술에 머물러 있는 사례를 통해 일의 의미를 탐색하였다.
현대사회에서는 누구나 일을 하며 살아가고 성인의 대다수가 공통으로 경험하는 것이 일터에서의 경험이다. 일은 사람들에게 살아가는 방법뿐만 아니라 내적인 삶과 정체성에도 연관되어 삶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우리는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일에 쏟다 붓는다. 일터에서 자신이 하는 일의 의미를 찾을 수 없다면 일은 그저 생계를 위한 수단으로 전락하여 사회적 소외와 삶의 권태로 이어질 수 있다. 그동안 일에 관한 논의는 양적으로 많은 연구가 축적되어 왔으며 이를 토대로 다양한 분야에서 질적으로 연구되고 있다. 일의 의미 척도 개발과 구성 개념 검증, 일이 직장생활에 미치는 영향과 삶의 만족도의 관계, 일의 의미 만들기 등의 연구들을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서 스스로 독특한 직업 환경을 선택한 사람들의 일의 의미는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구체적인 삶의 이야기로 풀어내는 연구는 부족한 실정이다. 따라서 이를 토대로 현대시대에 우리에게 필요한 일의 의미는 무엇인지 현실적인 설명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본 연구는 필요성을 제시한다.
본 연구에서는 연구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연구참여자는 ‘겸업이 있는 젊은 공연예술인’들로 예술활동 경력 5년 차 이상의 꾸준한 작품 활동을 이어가는 6명을 대상으로 선정하였다. 선정된 참여자들이 생계활동과 예술활동을 겸하면서까지 예술에 머물러 있는 이유를 들여다보기 위해 심층면담을 하였고, 질적 사례연구방법으로 자료를 수집, 분석하였다. 그 연구의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연구참여자들의 일의 의미는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알게 해준 자기 자신의 발견이었다. 이들에게 예술은 하고 싶은 일, 재미있는 일이었다. 예술작업을 통해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본질적 질문을 던지기도 하고, 작품에 자신을 투영하여 실현되었을 때 자신을 마주하며 새로운 자신을 발견해 갔다. 생계의 압박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다른 직업으로 전향해 보기도 하고, 다른 일을 겸하면서 예술을 이어가고 있다. 이런 경험들을 통해 삶에서의 일은 자신의 자아를 채워줄 수 있어야만 하는 것임을 깨달아갔다.
둘째, 예술에서 이루어지는 창조활동을 통해 예술의 사회적 가치를 발견하고 자기성장을 경험하면서 삶의 목적을 만들어주는 일로서 나타났다. 이들에게 있어서 일은 ‘창조의 재미’와 ‘발전적 행위’임을 느껴야만 지속할 수 있었다. 일에서 느끼는 재미는 타인과 상호작용을 통해 공동으로 무에서 유를 창조해간다는 기쁨이었다. 그리고 그것이 무대에서 실현되었을 때 관객들에게서 오는 피드백은 쾌감과 희열을 느끼게 하였다. 주변인들의 인정은 자신의 직업이 ‘예술가’임을 확고히 해주는 기제가 되며 자신이 일을 통해 생산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는 ‘성취감’과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주었다. 이것은 연구참여자들에게 경제적 가치 그 이상의 만족을 느끼게 하는 요소로 작용하였다. 예술 경험이 쌓여져 갈수록 예술을 자기만족으로만 그치는 것이 아닌, 타자에게도 예술의 가치를 선사해줄 수 있게 하는 전달자로서 자신을 인식하고 자신의 소명으로 여기고 있었다.
셋째, 예술을 자신의 자존심, 삶,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하나로 정의하며 외적 수단이 아닌 자아실현의 의미로 생각하고 있었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은 일을 포기해야 할 이유가 아니었다. 생계직업의 의미는 ‘생계를 위한’이 아닌 ‘예술을 하기 위한’목적이었으며 예술직업은 ‘자아실현’의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쉽게 예술을 포기한다는 것은 자신을 포기하는 것과 같은 상실감과 괴리감을 주고 다른 직업에서는 겪어 보지 못한 감정을 예술을 통해 느끼면서 직업에 애착을 갖는 모습을 보였다. 예술을 수단으로 인식하여 ‘무언가를 이루어 내겠다’라기 보다는 예술을 포기하고 싶지 않을 마음이 들 만큼만 예술로 경제적 활동을 하고 싶다는 말에 비추어 일의 절실함을 느낄 수 있었다. 자신만의 의미가 부여된 예술을 ‘삶’, ‘끝까지 지켜야할 한 가지’로 보았다. 불안정한 생계와 미래 속에서도 이 일을 해내고 말겠다는 버티는 기질을 발휘하면서 진정한 삶의 주체가 되고자 하는 의지를 보였다.
이 같은 연구결과는 예술에 머물러 있는 공연예술인들의 일의 의미를 탐색하는 과정으로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자아실현의 목적으로서 일의 의미가 부여될 때 일에 대한 애착과 일의 긍정적 평가, 외부환경으로부터 포기하고 싶은 상황 속에서도 헤쳐 나갈 수 있게 만드는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직업을 통해 성찰을 경험하고 그 과정 안에서 다시 일의 의미를 되새기는 것을 본 연구의 결과는 보여주고 있다.
공연예술인들의 일의 의미에서 발견된 결과는 일을 통해 자신과 타인을 들여다보고 그로 인해 ‘나’의 존재를 깨달으며 진정한 나를 찾기 위해 끊임없이 학습을 이룬다. 평생학습은 인간의 삶이 일어나는 모든 공간에서 성인학습자가 스스로 이끌어가는 모든 학습활동으로 볼 수 있다. 일터에서 성인들이 일으키는 자발적인 학습본능과 자신, 그리고 일의 의미를 되새겨가는 과정은 인간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중요한 장면이다.
공연예술인들이 일의 의미를 알아가고 실현하기 위해,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학습과 그 안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이룬다는 점은 평생교육의 영역에 의의가 있음을 시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