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기독교사상에서 평생교육학적으로 함의하고 있는 바를 고찰하는 데 목적을 두었다. 연구목적을 위한 접근 이론은 라벵드라 다브(Dave)가 제시한 삶(life), 평생(lifelong), 교육(education)의 세 가지 개념 범주를 준거로 하였다. 본 연구는 주제와 방법에 있어서 선행연구가 거의 없는 상태에서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탐색적 연구의 성격을 지닌다.
본 논문은 두 가지 전제에 기초한다. 첫째 평생교육의 관점에서, 예수의 주된 업무는 가르치는 일이었고 공생애 기간 동안 교육자였다는 점이다. 둘째 교육철학의 관점으로서, 기독교 사상은 헤브라이즘에 바탕을 두고 있지만 기독교 사상에 대한 신학적 해석 혹은 사유의 틀은 헬레니즘의 철학전통에 크게 의존한다는 점이다. 기독교 사상과 서양교육철학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는 점에서 연구의 학문적 가치가 있다고 본다.
기독교의 신의 본질에 관한 표상은 고대 그리스철학과 성서적 전통의 융합이다. 그 융합의 과정은 ‘내용(內容)’ 측면보다는 ‘형식(形式)’ 측면에서 출발하고 전개된 것이며 중기·신플라톤주의를 거쳐 중세의 교부·스콜라철학에 와서 내용 측면에서의 신적 예수란 기독교적 신의 표상이 확립된 것이다. 본 논문에서는 파르메니데스에서 플라톤에 이르는 신적(神的)사유형식에서 출발하여 필론과 플로티노스의 플라토니즘, 아우구스티누스의 교부철학 및 아퀴나스의 스콜라철학의 기독교 신관(神觀)으로 이어지는 철학전통을 고찰하였다.
다브에 따르면 기독교사상의 평생교육학적 함의는 삶, 평생, 교육의 세 개념에 대한 의미론적 해석에서 도출된다. ‘삶’의 철학은 인간 및 인간-신에 대한 사유방식으로서 평생교육의 목적을 규정한다. 기독교 평생교육사상의 목적은 유네스코 평생교육문헌의 목적인 자아실현을 통한 ‘온전한 인간’ 및 ‘존재를 위한 학습’과 맥락을 같이하나 차이가 노정된다. 기독교 사상에서의 자아실현 개념에는 언제나 자아실현의 목표가 함축되어 있다. 반면 유네스코 문헌에서는 자아실현의 궁극적 목표가 없이 다만 그 자신의 실현을 의미한다. 인본주의, 실존주의 등에서의 인간본질에 대한 철학과 기독교 사상 간의 차이에서 기인하는 것이다.
‘평생’ 개념은 삶의 시·공간적 범주 내에서 이루어지는 평생교육의 내용과 연계된다. 기독교 사상의 관점에서는 유네스코 들로르(Delors) 보고서의 ‘행함을 위한 학습’과 ‘함께 살기위한 학습’의 존재론적 및 종말론적 당위성과 직결되는 개념이다. 평생교육의 관점에서는 ‘평생’은 평생교육의 의미 및 학문적 정체성을 규정하는 핵심어이다. 평생교육의 정체성은 단지 교육의 시·공간적 확장성의 의미를 넘어서는 “교육에 대한 메타인식”에서 찾을 수 있다. 기독교 사상에서 ‘평생’은 구원의 여정(旅程)이며, 구원 지향의 평생교육은 신학적 메타인식이 요구된다. 교육의 가소성에 대한 신념하에 교육은 시간적인 연속성을 통해 교육자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란 전통적 교육관을 넘어, 기독교의 구원 교육은 비연속적인 교육의 형식으로도 이해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학습자의 실존적 변화를 지향하는 예수의 구원 교육은 비연속적 교육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평생’ 개념은 평생교육의 목적달성을 위한 교육내용을 규정한다. 하느님 안에서의 온전한 인간, 구원을 위한 교육의 내용으로 예수는 믿음과 사랑의 실천을 강조한다. 예수는 인종과 종교, 피부색, 사회경제적 지위에 관계없이 하느님의 모상으로서의 모든 인간에 대한 인정 및 사랑의 실천의 교육을 역설한다. 유네스코 문헌의 ‘함께 살기 위한 학습’의 신학적 당위를 제공하는 것이다. 개인이 맡은 일과 직업은 구원과 관련되는 평생의 업(業)으로서 평생교육의 내용을 구성한다. 직업에 대한 기독교의 가르침은 신의 소명(召命)이란 신학적, 사회학적 해석과 더불어 일과 노동, 직업행위에 대한 강력한 동기요인을 부여한다. 같은 맥락에서 기독교의 가르침은 들로르 보고서의 ‘행함을 위한 학습’에서 강조한 팀워크나 솔선수범, 진취성 등의 정의적 역량의 신학적 바탕을 제공하고 있다.
교육에 대한 기독교의 사상은 평생교육 방법의 관점에서 고찰할 수 있다. 예수의 평생의 교육방법은 관점전환을 위한 전환학습이었다. 회개를 위한 개인의 관점전환은 물론 사회문화적 변화를 위한 해방학습이다. 또한 관점 혹은 의미구조 전환을 위한 만남과 대화의 방법이다. 기독교와 유네스코의 평생교육은 기본적으로 전환학습을 강조한다는 점에 공통점이 있으나 차이가 엄존한다. 자아실현 개념의 차이와 같은 맥락에서 기독교의 관점전환으로서의 회개(悔改), 자유, 해방의 개념 안에는 필연적으로 회개, 자유, 해방의 목표가 내재되어 있다. 기독교의 관점전환 교육은 개인에서 출발한다는 점에서 메지로의 전환학습사상을, 그리고 사회문화적 차원의 관점전환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프레이리의 전환학습 사상과 맥을 같이 한다.
예수의 해방교육의 핵심은 프레이리와 마찬가지로 비판적 성찰과 행동의 상호작용의 결합인 변증법적 통일, 즉 프락시스(praxis)에 있다. 하느님 나라인 진리를 위해 예수가 선포한 교육방법은 회개를 위한 성찰과 프락시스였다. 해방의 또 다른 관점에서 볼 때, 자유의 억압은 부버의 주장대로 ‘인간과 인간 사이의 관계’가 깨어진 데에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 부버는 관계의 상실은 객체화될 수 없는 주체인 인격체로서의 인간 간의 만남, 인간 간의 대화를 통해 회복할 수 있다는 점을 제시하였다. 만남과 대화는 기독교의 관점전환 및 해방교육의 핵심이다. 주목할 점은 ‘나-너’ 관계의 연장으로서의 하느님과의 만남은 인간이 아닌 하느님의 주도적 역할 때문에 가능하다는 점이다. 만남은 하느님의 은총이다. 은총에 대한 응답은 인간의 몫이며 기독교의 평생교육사상은 그 응답에 대한 교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