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성별화된 일터에서 ‘유리천장’을 넘어선 여성들의 내러티브를 통해 젠더관점에서의 전환학습 경험을 탐색하고, 평생교육학적으로 시사하는 바를 도출해보고자 하였다. 연구에서 기본개념으로 정의한 젠더관점(gender perspective)은 성별화된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으로 성별 이분법적 구조에 작동하는 권력의 현상을 이해하고 생각하는 특정의 진술방식이자 인식을 의미한다. 전환학습(transformative learning)은 세상을 이해했던 기존 관점의 변화를 통해서 삶에 대한 이해가 보다 통합적인 관점으로 변화하는 경험과정이다. 본 연구에서 의미하는 전환학습은 관점전환과 동일한 이해를 갖는다.
연구목적을 이루기 위해 유리천장이 견고한 성별화된 조직에서 남성만이 차지했던 자리에 처음으로 진입한 여성 두 명을 연구 참여자로 선정하였다. 내러티브 연구방법으로 유리천장을 넘어서는 과정에서 젠더관점이 전환되는 경험과 양상을 살펴보았다. 유리천장을 넘어서는 과정에서 나타난 젠더관점에서의 전환학습 경험은 여성과 남성의 삶의 조건에 작동하는 성별인식 체계와 관계를 파악하고, 자기 외적 성별규범과 질서에 의해 타율화된 행동을 지속적으로 성찰하면서, 성별 고정화된 범주를 넘어서서 자기 삶을 구성해가는 양상으로 나타났다. 유리천장 경험은 그 자체가 딜레마이고 갈등상황이었다. 유리천장이 작동하는 일터 경험에 대한 비판적 인식은 딜레마를 해결하고자 하는 실행으로 연결되었고, 이것은 유리천장을 균열시키는 힘으로 작용하였다. ‘막힌 유리천장’에서 ‘깨진 유리천장’으로의 전환은 더 큰 위험과 불안을 버텨내야 하는 딜레마이자, 동시에 조직에서 자신의 존재성을 위치 지울 수 있는 경험이었다. 내외적 자원의 확보과정은 경험을 확장해가는 학습으로서의 의미를 가졌다. 젠더관점이 확장되는 전환학습과정은 일터를 둘러 싼 개인 삶의 반경을 주체적으로 그려낼 수 있는 자율성과 주도성을 성장시켰다. 이 과정은 여성 개인의 전환경험뿐 아니라 유리천장이 작동하는 영역과 구성원들의 전환경험으로도 연결되었다.
유리천장을 넘어선 여성의 젠더관점에서의 전환학습 경험은 크게 세 가지 양상으로 나타났다. 첫째, 성별 메카니즘 대응방식에 있어서 젠더성의 경계가 유연해지면서 비체제순응주의적이고 자기 선택적으로 젠더성을 수행하는 특징이 부각되었다. 둘째, 사회적 존재로서의 자기개념이 지속적으로 확장되는 모습을 보였다. 개인의 문제를 공적 쟁점으로 전환함으로써 실행을 통한 사회적 존재로서의 ‘나’를 인식하는 경험을 가졌다. 또한 주도적으로 내외적 관계망을 확보해가는 과정을 통해 성별화된 시스템에서 자기 위치를 확보하기도 하였다. 셋째, 인간 본연성에 대한 추구와 가치를 지속적으로 물음으로써, 자신이 갖고 있는 젠더관점을 바라보고 자기선택을 조정하는 ‘메타 젠더적 인식’을 확장하였다. 이는 인간 본연성에 대한 이해를 전제로 바람직한 젠더규범에 대해서 묻고 젠더에 대한 의미를 자신의 언어로 재해석하는 과정이었다.
젠더관점 전환 경험은 근대성이 개념화하는 주체로서의 인간의 전제를 넘어서 타자와 관계맺음을 하는 주체로 나를 인식하고 관계를 구성해가는 특징으로 드러났다. 이항 대립적이고 위계적 구조로 의미화한 젠더성이 아닌, 자신의 목적과 가치를 실현하는데 상황에 따라 가장 적절한 방법으로 자율적이고 주도적인 젠더역할을 수행하였다. 젠더관점 전환 경험은 인간에 대한 이해와 자율적인 자기행동의 확장으로 나타났다.
본 연구는 평생교육영역의 성인학습이론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지고 있는 전환학습을 젠더관점의 렌즈로 재검토했다는 의의를 갖는다. 평생교육이 갖는 사회적 의미가 시대적 요구가 되는 현 시점에서 젠더관점에 기반 하여 기존 이론과 지식체계에 대한 성찰과 문제인식을 제고했다는 의의를 포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