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고는 고전 <춘향전>의 현대 패러디텍스트들을 대상으로 에로스의 구체적 변모양상과 의미를 고찰하는 데 목적을 두었다.
II장에서는 고전 <춘향전>의 서사에서 핵심적인 주제가 춘향과 이몽룡 사이의 사랑, 즉 에로스임을 중심으로 논의하고 고전 <춘향전>이 에로스를 주제로 하고 있음을 되짚어 보았다. 고전 <춘향전>에 대한 연구자들의 인식의 변화를 신분해방·저항, 열녀의식(정절), 사랑을 중심으로 살펴본 후에, 고전 <춘향전>에 대한 재인식의 가능성을 춘향의 에로스를 통해 살펴보았다. 이 논의는 현대소설의 고전 <춘향전> 패러디를 고찰함에 있어서 에로스라는 기준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고 할 것이다.
III장에서는 고전 <춘향전>의 현대 패러디텍스트를 중심으로 패러디 양상을 고찰하는 데에 초점을 맞추어 논의하였다. 패러디의 구체적 양상을 고찰하기 위해 두 축을 설정하였다. 첫째 고전 <춘향전>을 어느 정도 패러디했는지, 둘째 고전 <춘향전>에 대한 패러디스트의 태도가 어떠한지를 패러디 유형분류의 기준으로 삼았다. 전자의 경우는 모티프 위주의 패러디와 서사 차원의 패러디로 양분하고, 후자의 경우는 모방적 패러디, 비판적 패러디로 나누어, 이들의 조합에 따라 현대소설의 패러디가 어떤 양상을 보이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보았다. 이렇게 해서 [제1유형] 모티프 위주의 모방적 패러디 유형(<이런 춘향>(안수길)), [제2유형] 모티프 위주의 비판적 패러디 유형(<춘향이 마돈나를 만나다(이예원)), [제3유형] 서사 차원의 모방적 패러디 유형(<옥중화>(이해조), <고본춘향전>(최남선), <일설춘향전>(이광수), <탈선춘향전>(이주홍), <외설춘향전>(김주영)), [제4유형] 서사 차원의 비판적 패러디 유형(<춘향뎐>(최인훈), <옥중가(임철우), <「남원고사」에 관한 세 개의 이야기와 한 개의 주석 >(김연수), <春香>(金仁順)) 등 모두 네 가지 유형으로 분류된다. 서사 차원의 패러디는 원텍스트의 스트리를 전체적으로 가져오는 경우도 있고 부분적으로 가져오는 경우도 있다. 서사 차원에서 전체적 패러디일 경우에는 대부분 모방적 패러디의 성향이 강하고 부분적 패러디일 경우에는 원텍스트의 일부분을 바꾸는데 그 성향이 모방적인 경우도 있고 비판적인 경우도 있음을 확인하였다. 1910년대부터 최근에 걸쳐 출현한 고전 <춘향전>을 패러디한 텍스트를 대상으로 패러디의 양상을 살펴본 결과 주로 모티프 위주의 패러디와 서사 차원의 패러디로 획분됨을 확인하였다. 1910년대의패러디는 전체적 서사 차원의 모방적 패러디 유형에 집중되며 모방적 성향이 강하다. 1910 년대 이후로 오면서 부분적 서사 차원의 비판적 패러디 유형이 주를 이루며 패러디는 풍자, 비판의 성격이 강하게 드러나는 경향을 보여준다.
IV장에서는 Ⅲ장에서 살펴본 서사 차원의 패러디 유형인 [제3유형]과 [제4유형] 을 중심으로 원텍스트의 에로스가 패러디를 통해 어떻게 변용되어 있는지 그 양상을 형식과 내용의 측면에서 구체적으로 살펴보았다. [제3유형] 서사 차원의 모방적 패러디 유형에 속하는 대표적인 작품으로 <일설 춘향전>(이광수)을 선정하고, [제4유형] 서사 차원의 비판적 패러디 유형에 속하는 대표적인 작품으로 <춘향뎐>(춘향전), <옥중가>(임철우), <춘향>(김인순)을 설정하였다. 후자에 속하는 작품으로 세 편이나 선정한 것은 그만큼 현대 패러디텍스트가 사회적·시대적 의미를 지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먼저 서사기법의 측면에서 에로스가 어떤 형식으로 어떻게 서술되고 에로스의 어떤 특성을 부각하고 있는지를 고찰하고 다음으로 서사형식이 남아낸 에로스의 구체적 양상을 추출하는데 주력하였다. 살펴본 결과 이광수의 <일설 춘향전>은 일대기의 형식으로 정신적 에로스를, <춘향뎐>은 공간이동의 방식으로 에로스에 대한 열망을, <옥중가>(임철우)는 독백과 내적 독백이라는 기법을 통해 수단화된 에로스를, <춘향>(김인순)은 인물별 표제화하는 방식을 통해 소멸된 에로스를 담아내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V장에서는 먼저 고전 <춘향전>의 현대 패러디텍스트에 나타난 에로스의 구현 양상과 그 의미를 시대와의 관련 속에서 그 시대적 의미를 고찰하고 다음으로 서사기법의 측면에서 그 문학사적 위상과 의미를 추출하였다. 살펴본 결과 <일설춘향전>은 정신적 에로스를 지향하는 춘향을 통해 당대 청년들은 남녀의 정에만 빠져 있을 것이 아니라 에로스를 잘 다스려 국가, 백성을 위한 일에 나서는 정신적 에로스를 추구해야 한다는 민족의식을 표출하였다. 이는 일제강점기 민족의식과 시대적 정신에 그 바탕을 두고 정신적 에로스를 지향하는 춘향의 형상을 통해 ‘민족의식, 민족애의 고조, 민족운동의 기록, 검열관이 許하는 한도의 민족운동의 찬미’의 목적과 교화와 계몽이라는 문학적 기능을 발휘했다. <춘향뎐>은 공간이동의 방식으로 펼쳐지는 에로스에 대한 열망을 통해 해방과 한국전쟁, 그리고 4.19 혁명에 의해 고양된 민주화와 자유에 대한 열망이 5.16으로 붕괴되던 정치·사회적으로 격동기인 5,60년대의 암흑한 시대를 비판하였다. <옥중가>는 수단화된 에로스를 통해 3당통합이라는 정치적 사건에 대한 비판 뿐만 아니라 지나친 이기적인 개인주의, 물신주의, 향락주의 등 문제를 표면화하고자 했다. <春香>은 소멸된 에로스를 통해 중국 조선족의 가부장적 문화 자체에 내제된 문제성을 표면화하였다. 이처럼 패러디스트에게 고전 <춘향전>의 패러디는 한국 당대의 암울한 사회현실에 대한 문제의식을 드러내기 위한 전략적 장치로 작동했던 것이다. 이런 점에서 그 시대적 의미를 엿볼 수 있다.
서사기법의 측면에서 고전 <춘향전>의 현대 패러디텍스트는 주로 모티프 차원에서의 패러디와 서사적 차원에서의 패러디를 통해 패러디가 갖는 표현기법의 다양성을 보여주며 패러디가 갖는 표현기법의 풍부한 가능성에 기대어 현실반영을 시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문학사적 의의를 짚어볼 수 있다. 또한 패러디를 통해 소설의 형식적 변용을 시도하며 서사기법의 쇄신을 보여주며 작품의 독창성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에서 문학사적 의의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
본 연구는 고전 <춘향전>의 현대 패러디텍스트에 나타난 에로스의 구체적 구현양상을 통해 시대적 의의를 밝혔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작업이었다.
고전 <춘향전>에 대한 패러디는 문학작품을 비롯한 다른 예술장르에도 존재하는바 장르간의 경계 해체를 통해 역동성을 보여준다. 이에 대한 연구는 앞으로 연구해야 할 과제로 남겨 두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