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논문은 김동리와 선충원의 불교소설 중 구도소설에서 인간의 욕망과 고통, 그리고 해탈을 위한 구도 방법이 어떻게 나타나는지 비교하는 데 목적을 두었다. 이를 살펴보기 위해서 이 논문에서는 수평연구의 비교방법으로 불교철학의 이론 가운데 사성제를 바탕으로 하여 구도의 세 가지 양상, 즉 외적 수행의 추구, 사랑의 추구, 평등심의 추구에 초점을 맞춰서 연구를 진행하였다.
II 장에서는 김동리와 선충원의 불교적 구도소설에서 다룬 해탈을 위한 외적 수행의 추구를 살펴보았다. 김동리와 선충원의 소설에서는 고통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이향(離鄕) - 여정(旅程) - 귀향(歸鄕)’의 구조를 다루고 있다. 두 작가는 소설에서 고통이 인생의 본질이라는 사실을 전제로 한 후, 이향, 여정, 그리고 귀향에 이르는 구조로써 인간이 고통에서 벗어나 해탈에 이르려는 구도 과정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향을 비롯한 구도 과정은 모두 외부의 것과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외적 수행으로 볼 수 있다. 외적 수행의 추구는 가장 기본적인 구도 방법이라 할 수 있다. 외적 수행의 추구를 통해 인간의 욕망을 충족시킬 수 있고, 인간이 인생을 더 잘 인식할 수 있으며, 해탈을 위한 출구를 찾을 수 있고, 해탈을 실천할 수 있다. 이 장에서는 이런 관점에서 출발하여 김동리와 선충원 소설에 드러난 외적 수행의 특징을 각각 살펴보았다.
III 장에서는 김동리와 선충원의 불교적 구도소설에 구현된 해탈을 위한 사랑의 추구를 살펴보았다. 우선 감각적 욕망의 충족을 위한 사랑의 추구를 살펴보았다. 김동리와 선충원 소설에서 남주인공은 눈, 귀, 몸 등 감각기관의 대상에서 감각적 쾌락을 얻고자 하는 갈망이 생긴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리고 이러한 감각적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남주인공은 악행을 저지르고 파계 한다. 하지만 두 작가의 작품의 차이점도 있다. 김동리 소설이 욕망의 불만족과 사랑의 성취 실패를 보여준다면, 선충원 소설은 욕망의 충족과 사랑의 일시적인 성취를 보여준다.
한편, 사랑에는 상대방을 배려하거나 희생할 수 있는 ‘무아’의 정신이 있을 수 있다. 이러한 ‘무아’의 정신은 구도가 추구하는 해탈의 경지와 일치하는 면이 있다. 김동리의 소설은 불교화된 사랑, 선충원의 소설은 지상(至上)의 사랑을 통해 해탈의 성취 가능성을 보여준다. 그러나 사랑을 통한 해탈의 성취는 많은 한계가 따르기도 한다. 따라서 사랑의 추구는 해탈을 성취하는 궁극적인 방법이 될 수 없다.
IV 장에서는 김동리와 선충원의 불교적 구도소설에서 나타난 해탈을 위한 평등심에 대한 추구를 살펴보았다. 이 평등심은 주로 희생을 통해서 드러나고 있다. 해탈하는 과정에 있어서 희생을 통한 평등심에 대한 추구는 앞에서 언급한 두 가지 추구보다 층위가 더 높아 해탈에 이르는 데의 가장 좋은 방법이기도 하다.
한편, 희생을 통한 평등심에 대한 추구는 해탈에 도달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기는 하지만 인간의 욕망으로 인해 성취하기 어려운 방법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현실 생활에서 평등심의 도달은 이성으로 이해할 수 있지만 실제로 행하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김동리 소설에 나타난 오성(悟性)을 결여한 평등심과 선충원 소설에 나타난 주인공들의 지나친 이성(理性)적인 평등심은 바로 평등심의 한계라 할 수 있다.
V 장에서는 문학적 의의, 미학적 의의, 사회적 의의 세 가지 측면에서 김동리와 선충원 불교적 구도소설의 문학사적 의의를 살펴보았다. 우선, 김동리와 선충원의 작품은 불교설화에 대한 수용을 통해 한·중 문학사에서 인간성을 중심으로 한 순수문학을 확립하고 개작 소설을 발전시켰다는 점에서 그 문학적 의의를 찾을 수 있다. 그 다음으로, 미학적 의의에서, 우선 두 작가의 불교적 구도소설에서 다룬 인간의 해탈에 대한 추구는 사람의 ‘감정이입(感情移入)’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그리고 김동리는 비장미(悲壯美)를, 선충원은 이상적 아름다움을 보여줬다. 뿐만 아니라 김동리와 선충원의 구도소설은 각각 신비주의와 사실주의의 특징을 띠고 있다. 마지막으로, 사회 측면에서의 의의를 보면 김동리와 선충원의 불교적 구도소설은 사람에게 인생의 삶에 대한 계시를 주는 동시에 국가와 민족의 정신을 높이는 데 이바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