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에서는 1930년대 한국과 중국의 대표 시인인 신석정과 펑즈의 작품을 분석해 보았다. 1930년대는 한국과 중국에 있어 모두 특별한 의의를 갖는 시기였다. 당시 한국은 일본의 침략으로 식민지 지배하의 망국의 역사를 경험했고, 중국의 경우는 일본과 서양 열강들의 침략으로 반식민지 상황에 처해 있었다.
신석정과 펑즈의 초기시의 특징은 이상향에 대한 동경 의식을 많이 보여준다는 점이다. 그런데 두 시인의 시에 나타난 이상향은 전원시에 나타나는 자연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시인과 역사가 처한 암담한 현실상황을 벗어나기 위한 어떤 피안(彼岸)적 공간으로서의 의미를 가진다고 할 수 있다. 현실에 대한 인식의 양상을 살펴보면, 신석정에게서는 ‘먼 나라’와 ‘어머니’로 상징하고 펑즈에게서는 ‘새 고향’와 ‘옛 꿈’로 상징되어 드러난다. ‘먼 나라’과 ‘새 고향’은 현실에 비추어서 평화로운 세계에 쉽게 도달할 수 없지만, 언젠가 반드시 가야할 곳이라는 신념을 그 기반에 두고 구축된 이상향이다. 그리고 두시인은 이러한 소망을 이야기하고 그 말을 들어주는 대상이자 그 곳에 함께 같이 갈 동반자를 ‘어머니’과 ‘고향의 친구’로 상징하고 있다.
신석정과 펑즈의 현실에 대한 인식은 중기로 오면서 좀 더 구체적으로 확대된다. 두 시인은 어두운 현실에 대한 인식을 중기 시에서 ‘밤’을 통해서 상징하고 있는데, 여기서 시인이 말하는 ‘밤’은 암담하고 어두운 시대인식과 함께 새벽이라는 밝음을 기대하고 언젠가는 그 밝은 미래가 올 것이라는 신념을 상징하는 시어이다. 또한, 신석정과 펑즈는 ‘밤’의 이미지를 통해 시대 상황에 대한 희망적 자세와 함께 암울한 현실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현실 극복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신석정과 펑즈는 시의 창작과정을 통해서 초기에는 모두 이상향 세계를 추구하고 중기에는 현실에 대한 인식으로 시를 창작한다. 신석정과 펑즈는 노장사상을 받았지만 펑즈는 독일 실존주의도 받았다. 그래서 신석정보다 펑즈의 시 작품이 어두운 현실을 극복하려는 의지가 더 강하게 나타난다. 중일전쟁 시기 펑즈의 작품들은 분명 전쟁이라는 특수한 상황 속에서 창작되었다. 그가 바라봤던 것은 전쟁을 감내해야했던 사람, 그 자체였다. 펑즈 작품에 빈번하게 등장하는 고독 · 죽음 ·생명 · 결단 · 본질 · 자연 · 소통 등의 단어는 그의 사유체계를 지탱한다.
본고는 신석정과 펑즈의 시에 나타나는 이미지에 대해 살펴보았다. 두 시인의 시에 나타난 공통점을 비교하는 것은 두 시인의 시세계를 좀 더 폭 넓게 이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당시의 시대적 이해에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근대문학사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 두 시인에 대한 비교연구는 한중 양국의 문학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으며 나아가 두 나라간의 문화교류에 이바지하는 의의를 갖는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