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은 여성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생활사건 중 하나이다. 임신 중 여성은 출산에 대한 기대 및 태아와 교감을 통해 행복을 경험하는 한편, 심신의 급격한 변화로 인한 도전에 직면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신을 수용하고 임신유지에 적절한 행동을 하게 하는 원동력은 태아를 향한 유대감과 사랑의 마음인 태아애착일 것이다. 태아애착은 임산부의 심리적 건강과 태아의 성장과 발달에 큰 영향을 미치기에 이를 향상시킬 수 있는 개입법이 꼭 필요하다.
자비명상은 어머니가 자식을 간절한 마음으로 사랑하듯이, 타인을 한량없이 사랑하고 행복을 기원하는 명상법이다. 자비명상을 훈련하는 것은 타인을 향한 사회적인 정서와 태도, 행동의 향상으로 이어지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런 점을 고려했을 때 태아애착 증진을 위한 좋은 수단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모-태아 관계 증진을 목적으로 자비명상을 개입한 연구가 거의 없다. 이에 본 연구는 모-태아의 관계 증진을 위해 자비명상 기반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그 효과를 검증하고자 하였다. 연구 1에서는 자비명상과 관련된 기존 문헌과 선행 연구를 참고하여 임부를 위한 예비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질적 연구 방법을 사용하여 참여 후의 변화를 살폈다. 그 결과 임부들은 긍정정서와 모-태아 관계의 향상을 보고하였다. 한편 태동에 대한 주관적 경험이 더 긍정적으로 변화한다는 사실 또한 발견하였다. 이외에 임부를 대상으로 교육할 때 고려해야할 몇 가지 참고 사항도 확인하였다.
연구 2에서는 매개 모형 분석을 통해 자비명상이 태아애착을 향상시키는 주요 기제를 밝히고자 하였다. 구체적으로 자비명상의 핵심 요인인 마음챙김과 긍정정서가 태아애착에 미치는 영향을, 태동으로 인한 주관적인 긍·부정 경험이 매개하는지를 확인하고자 하였다. 이를 위하여 태동으로 인한 긍정경험과 부정경험의 2요인으로 구성된 ‘임부의 주관적 태동경험 척도’ 개발 및 타당화를 선행하였다. 이어지는 모형 검증에서는 1) 부정태동이 마음챙김과 태아애착을 완전매개하는 반면, 2) 긍정태동은 긍정정서와 태아애착의 관계를 부분매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상의 결과를 핵심적인 기제로 보고 프로그램 개발 및 타당화를 실시하였다.
연구 3에서는 앞선 연구를 바탕으로 임부의 마음챙김, 긍정정서 그리고 긍정적 태동 경험에 초점을 둔 ‘자비명상 기반 모-태아 관계증진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효과를 검증하였다. 그 결과 자비명상 실험집단이 임부요가 비교집단이나 무처치 통제집단에 비해 태아애착, 긍정정서, 마음챙김, 긍정태동을 더 유의미하게 향상시키고, 부정태동은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한달 후 추수조사에서 실험집단은 부정태동경험을 제외한 모든 변인에서 효과의 지속을 보고하였다.
종합논의에서는 본 연구의 의의와 제안 점을 논하였다. 현재 모-태아 관계 증진을 위한 심리 교육이 미비한 국내 실정에서 뚜렷한 개입 수단을 제공했다는 점은 본 연구의 주된 의의일 것이다. 이 프로그램은 대체로 부정적 상태에 있는 임부를 대상으로 한 선행 연구들에 비해, 긍정적 변인들을 주로 교육 한다는 점에서 일반 임부들에게도 적용가능성이 높다는 장점이 있다. 한편 자비명상의 연구 영역을 출생 전 태아에게 확장했으며, 그들에 대한 사랑의 마음에도 효과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 최초의 연구로 많은 후속 연구들을 촉발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더하여 태아애착에 영향을 주는 태동 경험이라는 새로운 요인을 발견하였다. 이를 임부의 주관적 태동경험으로 개념화하고 척도를 개발하여 임부에 대한 심신 통합적 이해의 틀을 마련하였다. 추후 연구를 위한 제안 점으로 자비명상과 다른 개입법의 차별적 효과를 검증할 필요성과 주산기 전반의 다양한 임산부 군을 위한 자비명상 프로그램의 방향을 제시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