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교육에서 추체험은 가공의 인물이 보여주는 삶의 모습을 통하여 학습자가 삶의 경험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도록 돕는다. 학습자는 이러한 추체험을 통하여 자신이 앞으로 어떤 삶을 살아갈 것인가에 대해 고민할 수 있으며, 내적 성찰을 통하여 자신의 삶을 더 나은 자기서사로 만들어가게 된다. 때문에 하나의 작품을 선정하여 학습자의 더 나은 자기서사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중핵(kernel)을 정리하고, 학습자의 자기서사에 적용할 수 있는 유의미한 내용을 탐색하여 하나의 자료를 만드는 것은 학습자의 자아 발견 계기 및 건강한 삶의 유지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
이 논문은 <바리데기>라는 작품을 선정하여 작품 내 인물인 바리공주가 보여주는 태도 선택의 양상 및 그 결과로 나타나는 주변인 및 본인 삶의 변화를 살펴보고, 성장서사적 의의를 활용한 구체적인 활동 내용을 설계하여 학습자의 내적 성찰을 돕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여기에는 구체적인 학습활동의 계획 및 활동지, 실제 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한 수업지도안을 포함한다.
특히 주목한 것은 바리공주가 보여주는 태도의 양상으로, 바리공주가 보여주는 태도 중에서도 용서의 태도를 집중적으로 살펴보며 성장서사적 의의를 탐색하였다. 용서는 한 개인의 부정적인 판단 및 감정, 행동을 극복하거나 이에 더 나아가 타자(他者)에 대한 긍정적 사고와 감정 및 행동을 갖게 되는 것으로, 자신의 태도 변화 및 내면의 정립 뿐 아니라 상대방의 태도 역시 함께 변화하는 것에 의의를 둔다는 점에서 성장의 서사와 맞닿아 있다. 때문에 용서라는 기제는 중요한 발달과업을 이루고 있는 학습자의 정서적 안정 및 삶의 확장을 위하여 성장서사에 적확한 주제로 포함된다. 바리공주가 보여주는 상생(相生)의 정신과 타자(他者)를 이해하는 태도, 그리고 용서의 과정을 통하여 부모와 관계회복의 지점까지 선명하게 드러나는 <바리데기>의 서사는 청소년의 성장서사로서 충분히 유의미하게 다루어질 수 있다.
이러한 탐색을 바탕으로 학습자가 바리공주의 태도 및 의식을 따라가며 바리공주가 겪는 사건에 대해 이해를 시도하고, 그 결과 자신의 감정을 함께 다스리는 법을 배우며 내면의 균형을 도모하여 자신의 내적 성장을 이루고 자신의 선택에 따라 상생(相生)의 서사가 만들어 질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계기로 작용할 것을 기대하는 것이다. 물론 본 논문의 이러한 제안이 자의적인 해석 혹은 상상으로 인하여 원본의 가치를 훼손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 <바리데기>라는 제재가 학습자에게 제공되는 기회를 얼마나 가질 수 있는가의 문제, 실질적으로 구현되는 현장의 수업에서 구체적 시간 배분의 문제가 해결되지 못했다는 측면에서 여전히 고민해봐야 하는 지점이 남아있다.
문학 작품이 표상하는 인간 삶의 보편적인 모습은, 시대를 막론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진정성 있게 다가가며 수용자와의 공감적 정서를 통하여 수용자의 삶을 더 나은 삶의 지점으로 견인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이것이 바로 문학이 지니고 있는 힘이자, 문학 작품이 지니고 있는 감동이나 가치를 많은 사람들이 인정하며 강조해왔던 이유다. 본 논문의 이러한 노력이 『능동적인 문학 수용자의 자세 및 정서적 안정과 긍정적인 삶의 태도 함양』이라는 문학교육 목표에 학습자가 도달하도록 하는 일에 미력하나마 도움이 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