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문초록>
1950년대는 전쟁의 상처를 극복하고 어떤 방법으로 시를 형상화할 것인지 모색한 시기였다. 전후 시단에는 여러 분파의 시경향이 논의되었다. 시인들은 전후의 상실감을 극복하고 인간성을 회복하고자 했다. 이는 전쟁 체험을 바탕으로 한 상황에서 개인과 사회 윤리를 탐구하는 시 정신으로 작용하였다.
구상의 시는 종교적인 구원과 연결되면서 현세의 모순과 갈등에서 벗어나고 인간의 죽음에 대한 고통과 공포를 극복하면서 영원한 열림을 지향한다. 본고는 구상의 시가 전후의 고통받는 타자를 발견하고 그들의 삶에 공감하며, 이들을 위해 윤리적 삶을 실천하고자 하는 타자 윤리를 강조한다는 점에 주목하였다. 이에 따라 구상 시에서 주체가 타자를 발견하고 윤리적인 관계를 정립해가는 과정을 고찰하고, 그 과정에서 나타나는 사제적 존재로서의 시인의 역할에 대하여 살펴보고자 하였다.
Ⅱ장에서는 전쟁을 통한 타자의 발견과 공감에 대하여 논의하였다. 6.25 전쟁은 구상이 현실을 인식하는 중요한 게기가 된다. 그는 종군 기자로서 복무하며 전쟁의 현장에서 타자를 발견하고 그들의 고통스런 삶에 공감하게 된다. 이 때 타자는 패잔병, 양공주, 어린 호객꾼, 상이군인 등으로서 생존현장에서 고통 받고 헐벗은 사람들이다. 공감은 타자와 주체 사이의 윤리적 관계를 밀접하게 하는 주요 요소로 작용한다. 구상에게 있어 공감은 가까이 있는 타자, 멀리 있는 타자를 가리지 않고 그들을 수용하고 헌신하는 것이다. 구상은 타자를 위한 윤리적 실천의 삶을 사는 방법을 탐구하기에 이른다. 그것은 이웃, 조국, 민족에 대한 헌신과 가톨리시즘의 인인애에 근거한 타인에 대한 무한책임으로 나타난다. 그는 시인을 사제적인 존재라고 생각하며 전후 현실을 극복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Ⅲ장에서는 사회공동체를 위한 타자윤리를 중심으로 논의하였다. 이 장은 사회, 정치적 가치로서의 정의와 윤리의식을 살펴보는 것이다. 여기서 타자는 국민 전체로 확산되며, 이들에게는 국가의 역할과 박애정신이 필요하다. 첫째, 정치적 가치로서의 정의는 윤리적인 정치 형태를 의미하며, 이때 국가는 공정한 선을 실행해야 한다. 국가가 힘의 정의가 아니라 박애로 국민을 보살피고 헌신할 때, 비로소 제대로 된 국가라고 할 수 있다. 둘째, 자본주의 경제체제를 바탕으로 한 산업화는 경제발전과 더불어 도덕성의 파괴를 불러온다. 구상은 사회적 가치로서의 정의를 실천하기 위해 배금주의, 물질주의를 비판하고 윤리적 방법을 모색 한다. 또한 이 단계에서 시인의 역할은 우리 사회공동체의 연대에서 벗어나 타민족의 고통을 수용하는 보편적 인류애로 확대된다. 타민족의 수용은 극빈국이나 전쟁국가, 기아선상에 놓인 타자들을 박애정신으로 보살피는 것이다. 이는 타민족을 위해 자신을 개방하고 가장 낮은 자세로 자신을 내어 놓는 것을 의미한다.
Ⅳ장에서는 가톨리시즘을 바탕으로 한 타자 구원의식의 양상을 살펴보았다. 구상은 인간의 죽음을 마주하면서 타자의 얼굴을 통해 신의 현현을 자각한다. 죽음은 신에 의하여 주어지는 삶과 한 짝을 이루는 신비이다. 또한 그는 사제적 존재로서 예수의 행적을 따라 대속을 통해 죽은 생명들의 부활을 꿈꾼다. 부활은 신비의 자각을 통해 진리를 증거하는 것이고 신에 대한 믿음을 드러내는 것이다. 이를 통해 구상은 영원에의 열림에 눈을 뜨게 된다.
Ⅴ장에서는 문학사적 의의에 대해 살펴보았다. 구상은 전쟁 체험시를 통해 한국 시의 체질 개선을 위해 노력한 시인이다. 그것은 『초토의 시』에 나타나는데, 이 시집은 전쟁의 비극적 공간에서 파생되는 우리민족의 고통을 어떻게 책임졌는지에 대한 역사적 현실을 중언한 문학으로서의 가치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 또한 그는 종교시의 측면에서 가톨리시즘적인 진리를 시로 구현했다. 타자에 대한 헌신과 사랑은 인간 전체를 실천적 대상으로 하는 신의 사랑을 실천하고자 한 것이다. 그는 자신의 죄뿐만 아니라 타인의 죄까지도 참회와 기도의 대상으로 삼아 신의 구원을 청한다. 이점에서 보편적 인류애에 기인하는 윤리적 선의 의지를 보여준다.
구상은 전쟁과 사회적인 혼란 등 위기 상황에서 타인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고 그에 공감하고, 그것을 자신의 것으로 수용한다. 그럼으로써 민족과 국가를 위하는 뿌리 역할을 한다. 그의 시는 정치 사회적 가치로서의 정의를 지키고, 산업화 시대의 폐해들을 비판하며 현실과의 연관을 놓치지 않으려고 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주제어 : 전후, 윤리, 타자, 주체, 정의, 윤리적 책임, 수용, 호소, 대화, 공감,
박애, 현실인식, 사제의식, 사회공동체, 구원, 죽음, 부활, 영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