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연구는 박사공부에 도전한 ‘늦깎이’ 성인학습자들의 독특한 학습세계와 생생한 학습의 경험을 밝혀보려는 동기에서 출발하였다. 연구자 자신이 ‘늦깎이’ 성인학습자로서 박사과정 공부에 도전한 점 또한 연구의 모티브가 되었다.
지금까지 성인학습에 관한 연구들은 주로 성인학습자의 총체적이고도 ‘포괄적인 학습경험’을 밝히는데 주목하고 있었다. 그로인해 각기 다른 맥락과 특성을 지닌 성인학습자들의 학습경험을 밝혀내기 위한 연구는 충분히 이루어지지 못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본 연구는 성인학습자, 그 중에서도 특히 일과 학업을 병행하면서 박사공부에 도전한 ‘늦깎이’ 성인학습자들에 주목하고, 내러티브를 통해 그들의 학습경험을 밝혀내고자 하였다.
기존 선행연구가 주로 질적 사례연구나 현상학적 연구 방법을 택하였나, 이 연구는 연구 참여자들의 생생한 내러티브에 기초하였다. 연구자 자신의 ‘자전적 내러티브’ 또한 중요한 연구 소재로 포함하였다. 연구 참여자는 연구자 자신을 포함하여 모두 다섯 명을 선정하였다. 이들은 사오십 대에 박사 공부를 시작하여 오륙십 대에 박사를 마친 ‘늦깎이’ 성인학습자들이었다. 이들을 대상으로 심층 인터뷰와 참여관찰 등을 통해 내러티브 자료를 수집, 분석하였다.
연구 결과, ‘늦깎이’ 성인학습자들의 각기 다른 삶과 학습의 맥락, 그리고 박사공부에서의 치열하고도 힘든 학습세계 경험들을 생생하게 밝혀 볼 수 있었다. 그들의 박사과정 진학 모티브에는 ‘박사’에 대한 강한 열망과 사회적 성취 욕구, 학력 콤플렉스에서 벗어나고픈 한풀이적 희구 등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늦깎이’ 성인 학습자들의 박사과정 공부에는 한계를 극복한 ‘초월적 학습자’의 모습들이 나타났다. 그들은 박사공부를 하면서 ‘나이 듦’으로 인한 자신감의 상실과 무력감 등 신체적 노화를 경험하였다. 그러나 ‘나이 듦’으로 인한 좌절과 한계는 ‘경륜과 지혜’라는 긍정적 학습동력으로 이겨냈다. 또한 그들은 교수자와 학생이라는 비동시적 신분으로 역할 갈등을 겪기도 하였다. 박사공부 시작과 함께 철저히 ‘학생’이 되어 ‘위치 전환’이 되었으나, 이러한 역전적 상황 속에서 적응을 위한 필사의 노력을 기울였다.
이러한 힘의 원천에는 ‘가족공동체’의 후원과 정서적 유대가 있었다. 남성의 경우에는 전적인 아내의 희생적 내조가 있었다. 여성의 경우에는 남편의 든든한 지지와 후원이 있었으나, ‘가사와 일과 학업’이라는 삼중고가 있어 더 많은 고생을 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그들에게 박사공부는 삶과 일이 분리된 ‘별개의 것’이 아니었다. 그들은 학습에의 열정적 몰입을 통해 지식을 자신의 ‘앎과 삶’으로 승화해 내고 있었다.
그들은 명시적 지식 습득을 위해 철저한 계획과 준비를 하고, 며칠씩 밤을 새우며 공부에 집중하였고, 청강이나 그룹 스터디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공부의 즐거움을 느끼기도 하였다. 각기 다른 삶의 맥락과 관심사에 맞는 논문 주제를 정하기까지 발견적 열정과 헌신, 신념, 상상과 직관을 사용하였다. 논문을 쓰면서 치열하게 자신의 이론을 구축하며 비로소 타인의 지식 의존에서 벗어나고, 깊은 몰입으로 절정학습을 통해 논문을 완성하였다.
‘늦깎이’ 성인학습자들은 도구적 지식의 습득을 넘어, 삶의 맥락 속에서 지식을 조망하고, 해체하고, 재구성하여 ‘통찰적 자기학습력’을 갖게 되었다. ‘늦깎이’ 성인학습자의 학습경험은 ‘함’에서 ‘되어감’을 추구하는 존재를 위한 학습자로 ‘자기진화와 체화된 총체적 지식의 발현’으로 밝혀졌다. 또한 박사 후 다시 자신의 일터와 일상생활로 복귀한 이들은 스스로 필요한 지식을 창출하고 공유하고 있었다. 소유하거나 점유하는 지식을 넘어 공유하는 지식으로의 변화를 의미한다. 길고 어려웠던 박사 공부를 통하여 학문적 ‘주눅듦’에서 ‘자유로와지는’ 지적 장인이 됨은 평생학습의 참다운 의미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