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명상의 치료적 개입이 심리학에서 주요한 관심사로 떠오르면서 마음챙김명상 뿐 아니라 자비명상에 대한 관심도 증가하고 있다. 자비명상은 자비심의 계발을 목적으로 2500년 전부터 전통적으로 수련해오던 것으로써, 근래에는 현대인에 맞게 변형된 다양한 방식으로 실시되고 있다. 본 연구에서는 자비명상 의 다양한 방식의 효과의 차이를 검증하였는데, 특히 수치심이 높은 사람들에게서 이러한 차이가 나타나는지를 살펴보았다. 이를 위해 예비연구에서는 수치심이 자비심 계발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K-MBSR 프로그램 참가자(N=30)들의 사전-사후에 자비심의 변화자료를 분석하였다. 그 결과, 수치심이 높은 사람들은 수치심이 낮은 사람들에 비해 K-MBSR 프로그램 사후에 타인자비의 향상이 더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1에서는 예비연구의 결과가 왜 나타나는지를 밝히기 위해, 수치심이 높은 사람들은 자비명상과정에서 어떤 내적 심리과정을 경험하는지를 알아보았다. 이를 위해 3개의 실험을 설계하고 실시하였다. 실험A에서는 자애명상대상에 따른 차이를 알아보기 위해, 자기자애명상조건과 타인자애명상조건에 참가자(N=108)들을 무선할당하고 수치심을 측정하였다. 그리고 약 8분간의 자애명상 처치동안 참가자들이 느끼는 자애명상지시문에 대한 저항감과 몰입도를 측정하였다. 결과는 사전 측정된 수치심이 높을수록 자기자애명상 처치에서 저항감을 크게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몰입도에는 수치심이 영향을 주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타인자애명상 처치에서는 수치심이 자애명상 지시문에 대한 저항감과 몰입도에 영향을 주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험B에서는 자애심과 연민심의 심리학적 차이를 근거로 실험A에서의 설계에서 명상과제만을 자애명상에서 연민명상으로 변경한 실험을 실시하였다. 즉, 참가자들(N=116)을 자기연민명상조건과 타인연민명상조건에 무선할당 한 뒤, 자기연민처치와 타인연민처치에서 참가자들이 느끼는 연민명상지시문에 대한 저항감과 몰입도를 측정하였다. 그 결과, 실험A의 결과와 마찬가지로 수치심이 높을수록 자기연민명상지시문에 대한 저항감을 더 크게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몰입도에는 수치심이 영향을 주지 않았다. 타인연민명상에 대해서는 수치심이 저항감이나 몰입도에 영향을 주지 못하였다.
실험C에서는 수치심이 자기자애명상 도중 느끼는 저항감에 미치는 영향의 인과관계를 확인하기 위한 실험을 고안하였다. 참가자(N=60)들을 대상으로 두 집단으로 나누어, 한 집단에는 수치심을 점화하고 다른 집단에는 중립정서를 점화하여 두 집단 간 자기자애명상 지시문에 대한 저항감과 몰입도를 비교하였다. 결과는 두 집단 간 저항감과 몰입도의 차이는 나타나지 않았다. 이는 수치심 점화과제 후에 수치심의 증가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데에 기인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연구2에서는 자비명상 대상의 순서효과를 알아보기 위해 자기자비를 먼저 하는 자기자비명상 프로그램과 타인자비를 먼저 하는 타인자비명상 프로그램을 실시하였다. 참가자(N=71)들을 모집하여 두 개의 프로그램 집단에 무선할당 한 뒤, 두 집단의 프로그램 효과를 비교하였다. 결과는 타인자비의 계발에는 타인에 대한 자비를 먼저 하는 타인자비 프로그램이 더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지인자비 및 자기자비, 우울, 불안에서는 두 가지 프로그램의 효과의 차이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논의에서는 진정한 자비심의 의미에 부합되는 낯선 타인에 대한 자비심의 계발에서 자비명상대상의 순서를 어떻게 하는 것이 효과적일지를 다루었다. 이 때에 수련자의 수치심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논의하였다. 본 연구의 결과들은 타인자비를 먼저 하는 것은 수치심이 높은 사람들과 같이 자기개념이 부정적인 사람들에게 더 효과적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향후 자비명상 연구는 단순히 그 효과를 검증하는 것을 넘어서서 효과의 기제와 치료적 개입전략에 대한 연구로 나아가야 함을 제안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