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사회는 세계화, 정보화, 기술혁신에 따라 기업들의 업무 외주화 경향이 확대되면서 근로자들의 고용형태도 다변화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러한 변화의 한 가운데에 위치해 있다. 그런데 현행 법률상으로는 다양한 고용형태를 규율하는데 한계가 있다.
이와 관련하여 최근 우리 산업현장에서는 도급과 파견의 구별 문제가 가장 뜨거운 이슈가 되고 있다. 도급은 민법상 전형계약으로서 기본적으로 노동법의 적용을 받을 여지가 없지만, 기업들이 이용하는 다양한 노무공급계약의 법률적 성격이 민법상 도급인지, 아니면 노동법상 파견계약인지 여부를 두고 벌써 10년 넘게 법적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도급과 파견의 구별에서 주된 쟁점은 그 계약에서 파견을 입증하는 핵심 개념인 ‘지휘·명령관계’가 나타나는지 여부이다. 바꾸어 말하면 어떠한 계약의 내용과 실태에 ‘지휘·명령관계’가 존재하지 않으면 도급이 파견으로 평가될 수는 없다.
그런데 최근까지 일련의 판결들과 학설들을 검토해보면, 도급의 대상에 임의로 일정한 제한을 설정하여 금지한다거나, 파견의 핵심 징표가 아닌 주변의 정황 요소들을 근거로 파견을 추론해내는 등 법리적으로 무리한 해석들이 발견된다. 이에 대해 법원은 도급과 파견을 구별하는 판단 법리를 제시하고는 있으나, 동일한 판단 기준을 가지고도 사안 간에 상이한 해석을 하는 판례들이 속출하고 있고 학설도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 법적 불안정성은 날로 심화되고 있다.
이 문제는 주요 선진국의 도급과 파견의 구별 문제에 대한 처리 방향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도급, 특히 사내도급 형태의 외부 노동력 이용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주요 선진국에서도 오래전부터 넓게 활용되고 있다. 그리고 그것이 법에서 특별히 금지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면, 그 자체로 적법한 계약형태라는 점이 인정될 필요가 있다. 비전형 근로관계와 비정상적 근로관계는 구별되어야 한다. 관련 법적 분쟁의 동기가 표면적으로는 법 위반에 대한 시정이라 할 수 있지만, 더욱 본질적으로는 고용 및 임금 등 근로조건의 상대적인 격차의 해소라는 점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관련 법규를 준수하며 적법하게 이용되고 있는 외부 노동력의 이용을 부정적으로 백안시할 필요는 없다.
따라서 현재 과도기적 상태에 있는 도급을 적법하고 합리적인 방향으로 정착시키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이 지점으로부터 수급인 근로자의 보호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져야 기존의 계약체계와 현행법의 취지를 최대한 훼손하지 않고 기업과 근로자의 상생을 도모할 수 있다. 기업과 근로자의 권리는 오직 법적으로 정당한 범위 내에서 존중되어야 하며, 양자의 권리 실현에 있어서도 어느 한 편의 권리 실현이 다른 한편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도록 균형적인 접점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
법제도상의 규제는 위법한 행위에 대한 처벌을 하는데 그 목적이 있지만, 더욱 본질적으로는 위법이 아닌 준법의 질서를 실현하고 유지하기 위한데 있다. 그렇다면 현행법상 금지되지 않는 (사내)도급을 타당한 근거 없이 엄격하게 규제하는 것만으로는 현재의 분쟁을 해결하기 어렵고, (사내)도급을 적법한 계약관계로 정착시키는 발전적인 논의가 진전되기 어렵다. 모든 근로자들을 정규직으로 채용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면 현재의 법제도 내에서 외부 노동력의 활용을 합리적으로 운용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먼저 대법원이 제시한 도급과 파견의 구별에 관한 판단기준을 적용하고 해석하는 측면에 대한 개선방안으로, 주요 선진국의 실태와 판단기준들을 비교 평가하고 이에 비추어 종전 보다 타당한 방향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 또한 입법·정책적인 측면에서도 적법하고 합리적인 도급관계를 정착하기 위하여 현재 정부와 정치권의 입법·정책들을 검토하여 문제점들을 수정, 보완하여 개선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