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문초록>
1930년대는 모더니즘을 도입한 시인들을 중심으로 하여 근대성에 대한 문학적
자각과 자의식이 적극적으로 표출된 시기이다. 특히 이 시기의 시에서 드러나는
장소에 대한 인식이나 변화된 감각의 양상은 근대성의 표상체계를 새롭게 형성하
는 동인으로 작용한다. 본고는 1930년대 모더니즘 시에서 구현된 장소가 주체의
기억이 긴밀하게 작용하는 지각과 경험 활동에 있어서 중심 지점을 형성한다고
보고, 그러한 장소가 주체의 경험과 감각, 기억 등에 의해 이미지화되는 과정을
거쳐 총체적으로 표상된 대상이라는 점에 주목하고자 하였다. 이러한 관점에 따라
정지용, 김기림, 김광균의 시에 드러난 장소의 특성을 바탕으로 주체가 시적 대상
으로서의 장소를 어떻게 지각하고 경험하면서 의미화하는지에 대하여 살펴보고자
하였다.
Ⅱ장에서는 1930년대 시의 모더니티와 근대적 주체의 장소 인식에 대하여 논의
하였다. 1930년대 모더니즘 시인인 정지용, 김기림, 김광균에게 근대 도시는 근대
적 경험에 있어 중요한 장소로서의 의미를 갖는다. 그들은 근대 도시를 구성하는
각각의 장소에 대한 경험과 기억을 재구성하면서 변화된 도시의 흐름을 체감하고
장소에 대한 주체의 감수성과 사유 방식을 드러낸다. 이 시기의 시에 구현된 장소
는 주체의 경험, 기억, 상상을 통해 주체의 인식과 지향을 드러내는 것으로, 시의
의미망을 구성하는 주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이들 세 시인에게 근대 도시라는 재
배치된 공간에서의 장소는 근대화로 인한 일상 생활의 변화 및 감각의 재편 과정
을 거치면서 근대 주체의 사유와 지각과의 결합을 통해 새로운 의미를 형성하게
한다.
Ⅲ장에서는 1930년대 모더니즘 시에서 드러나는 장소성의 구현 양상을 살펴보
기 위해 정지용, 김기림, 김광균의 시를 분석하였다. 우선 정지용 시에서의 장소
는 전근대와 근대가 중첩된 경계로서의 의미를 지닌다. 근대적 일상에서 시인의
전근대적인 인식이 기억이나 감각 등으로 지속됨에 따라 대상 세계에 대해 낯설
고 이질적으로 인식하게 되는 양상이 나타난다. 그리고 정지용의 시에서는 감각적
통합에 의해 장소를 지각하여 구현한다. 주체가 위치하고 있는 장소의 특성에 따
라 대상에 대한 감각적 지각 작용이 다양한 양상으로 드러난다. 다음으로 김기림
의 시에서는 도시화로 인해 구획되고 재편된 장소와 도시 체험에서 오는 근대성
의 양상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구현된다. 근대 도시를 구성하는 장소들을 다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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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으로 탐색하고 자신만의 지각 방식으로 재편하려는 의지를 드러낸다. 그리고
기존의 지리적 위상 위에 새롭게 형성된 장소들의 지리적 표상을 구현한다. 인위
적으로 재배치된 도시에서의 지리적 표상은 변화된 세계에 대한 시인의 총체적인
인식을 반영한다. 마지막으로 김광균의 시에서 장소는 도시화로 인해 변화된 장소
의 정체성을 드러내는데 주체의 기억 속에 내재된 장소의 이미지와 충돌하여 상
실과 비애를 불러오는 계기가 된다. 그리고 도시적 풍경과 그것에 대한 시인의 정
서, 이미지에 의한 조형성의 삼각 구도를 적절하게 활용하여 주체에게 지각된 대
상이나 장소를 현재화된 풍경으로 구도화한다.
Ⅳ장에서는 1930년대 모더니즘 시에서 장소의 시사적 의미에 대하여 살펴보았
다. 1930년대 모더니즘 시인인 정지용, 김기림, 김광균의 시에서 시적 표상 공간
으로 구현된 장소는 근대 문명 및 문화에 의해 새롭게 재편된 세계를 수용하는
주체의 지각과 감수성을 드러내는 중요한 지표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1930년
대 모더니즘 시는 새로운 삶의 조건이 된 근대 도시를 경험하는 주체의 지각 방
식이 기억이나 감각과 결합하여 장소의 정체성, 나아가 장소로 인해 형성되는 주
체의 정체성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시사적 의의를 가진다.
1930년대 모더니즘 시에서 장소에 대한 인식은 근대화된 세계에 대한 개별화된
반응이자 표현 방식의 과정에서 주체의 감각이나 기억, 경험 등이 총체적으로 결
합하여 형성된 것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 시기의 시에서 장소와 관련하여
규명할 수 있는 근대적 인식 체계는 근대화로 인해 일상 생활의 변화 및 감각의
재편 과정을 거치면서 주체의 경험 요소가 내재된 현재의 장소를 다시 경험하는
과정에서 형성된 것으로 파악된다. 그러므로 정지용, 김기림, 김광균의 모더니즘
시에서 드러나는 장소의 정체성은 근대적 표상으로 구현된 도시 공간을 의미화하
는 과정에서 형성된 근대적 인식 체계에 의해 나타나고 있으며, 그들은 자신만의
지각 방식으로 근대 세계를 전유하길 원했던 것이다. 주체의 경험과 인식에 의해
새롭게 표상된 대상으로서의 장소에 대한 연구는 1930년대 모더니즘 시인들의
근대적 인식 체계를 파악하는 데에도 유용할 것으로 본다.
주제어 :장소,장소성,모더니즘,근대,도시,주체,경험,이미지,기억,근대성,
경계,감각,재편,지리적 표상,결핍,조형적 풍경,재구조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