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문초록>
본 연구는 한·중의 후궁 암투 드라마 중에 한국의 <동이>와 중국의 <후궁견환전>을 선정하여 서사를 중심으로 비교하였다. 이를 선악 캐릭터의 형상화 기법, 애정서사, 그리고 작가의식으로 나누어 분석하였다.
Ⅱ장에서는 두 드라마의 선악 캐릭터 형상화 기법, 그리고 진영의 배치 형국을 비교하였는데, <동이>는 ‘선악 분별’로 진행되고 종결되는 바, 구체적으로는 심성에 따라 선인과 악인 캐릭터가 형상화되고 그 대립이 주인공 진영과 적대 진영의 구성과 일치하는 양상을 띤다. 반면에 <후궁견환전>에서는 <동이>와 같은 경향을 보이기도 하지만, 대체로 선악의 극한 대립으로 흐르지 않으며, 선악의 캐릭터는 심성론적인 선악과 관련을 맺기보다는 ‘권세와 상황’과 인물의 이해관계에 따라 ‘적’진영에 속하는 것인지 ‘아’진영에 속하는 것인지와 깊은 관련을 맺는다.
다음으로 Ⅲ장에서는 애정서사를 살펴보았다. 두 드라마는 삼각관계를 중심적인 틀로 한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세부적으로는 많은 차이가 있다. <동이>는 단순한 삼각관계를 중심으로 펼쳐지고 동이와 숙종의 순수애정을 드러내기 위해 부수적으로 선인과 악인의 대립 구도를 설정했다. 결국 드라마 <동이>는 동이와 숙종이 수많은 시련을 극복하고 행복을 성취하는 과정을 초점화하고 있다. 반면에 <후궁견환전>은 13개의 러브라인을 바탕으로 단순 삼각관계를 비롯하여 2중, 3중, 4중 삼각관계에 걸쳐 15개의 삼각관계가 형성된다. 13개의 러브라인 중에서 단 1커플만이 행복을 성취하고 나머지 12개 커플은 모두 비극적으로 끝난다. 이처럼 인물들은 대부분 순수애정을 성취하지 못한 채 비극적 결말을 맞이하는 양상을 띤다.
Ⅳ장에서는 세계관의 차원을 중심으로 두 드라마에 반영된 작가의식과 비판 방식을 살펴보았다. <동이>는 인간이 똑같은 환경에 처하게 되어도 자기의 의지로 선이나 악의 길을 선택할 수 있고 선성은 악한 환경을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개인의 선택을 강조한다. 또한 인간은 주어진 운명을 극복할 수 있으며, 자신의 인생을 좋은 방향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다. 선인은 도움을 받아 살아남을 수 있고 악인은 벌을 받고 죽어간다는 법칙으로 세상은 선의 방향으로 밝아질 것이라는 이상적인 세계관이 반영된다. 주인공 동이가 추구하는 평등한 세상을 형성하고, 관심 없는 왕후자리를 자의로 포기하는 결말을 보여줌으로써 불평등한 신분제도와 권력을 얻기 위한 암투를 직접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후궁견환전>의 경우는 당시의 불합리한 제도로 인해 인간이 선악의 길을 자의로 선택할 수 없게 되며 선성도 악한 환경에 의해 변하거나 감추게 된 것에 초점을 맞춘다.
애정서사에서 <동이>는 갈등과 위기 등이 거듭되는 상황 속에서 순수애정서사가 해피엔딩을 맞는 것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후궁견환전>은 일부다처제와 황권중심의 사회제도에 의해 순수애정서사가 비극을 맞거나 최소한 순수애정이 이루어지지 못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었다고 할 수 있다. <후궁견환전>에서 인간이 자신의 인생 방향을 개인의 선택으로 좌우하기보다는 사회제도나 환경에 의해 운명의 한계를 벗어날 수 없다는 현실적 관점을 보인다. 선악과 관계없이 권세만 고려하고 행동하는 중간형 인물이 가장 많이 살아남은 것으로 세상의 무정한 모습을 보여주며 인물들이 제도 속에 몸부림치는 모습으로 제도의 악을 부각시킨다. 또한 주인공 견환은 추구하는 진정한 사랑과 백년해로하는 고요하고 행복한 삶을 성취하지 못한 채, 전혀 원치 않는 황태후 자리에 앉게 되는 결말로 마무리함으로써 모든 비극의 원인인 불합리한 사회제도를 아이러니적 비판방식으로 다루고 있다.
이상으로 본고는 한국의 <동이>와 중국의 <후궁견환전>의 서사를 중심으로 후궁암투 드라마의 차이점, 그리고 드라마에 내포된 작가의식을 살펴보고 분석하였다. 본 연구는 두 편의 드라마로만 연구대상을 한정한 한계가 있지만, 한·중 궁정 드라마나 후궁 드라마에 관한 초기 연구로서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본다. 그리고 본 연구가 앞으로 한·중 드라마의 비교 연구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핵심어: 드라마 비교, 후궁 암투, 캐릭터 형상화, 선악 분별, 작가의식, 세계관, 비판방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