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북한 관련 내용을 다룬 학술교양서적과 신문기사 번역의 특징을 분석하고, 한국의 입장에서‘그들’과 동시에‘우리’인 북한이 번역에서 어떤 모습으로 드러나는지 이념적 관점에서 고찰한다. 동일한 역사를 공유하며 갈등과 화합을 반복하는 한국과 북한의 복합적 관계는 번역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 본 연구는 이러한 배경과 관련하여 그 동안 뉴스번역을 중심으로 다뤄진 북한 관련 번역 연구의 폭을 넓힐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본 연구는 기술적 관점에서 ‘정보적 텍스트(Riess, 1981/2000)’인 학술교양서적과 신문기사를 분석한다. 번역 과정에서는 다양한 요인에 따라 텍스트 변이가 발생하며, 그로 인해 원문에서 전달하는 내용과 메시지 와 번역 텍스트 사이 차이가 일어나게 되며, 이는 대상에 대한 독자들의 인식에 영향을 미친다. 본 연구는 번역 주체의 이념을 이러한 변이에 작용하는 요인 중 하나로 보고, 북한에 대한 다시쓰기(rewriting) (Lefevere, 1982)를 체계적으로 분석하기 위하여 비평적 담화 분석(Critical Discourse Analaysis)을 적용하여 텍스트를 각각 거시적·미시적 층위에서 분석하였다.
분석 범위는 노무현(2003-2008), 이명박(2008-2011) 전 대통령 시기 번역된 텍스트로, 북한 사회·정치·지도자에 대한 내용을 중심으로 분석한다. 학술교양 서적은 노무현 정부 때 저술되고 번역된 책 3권, 이명박 정부 시기 저술되고 번역된 책 3권을 분석한다. 신문기사 ST는 「뉴욕타임스」이며, TT는 「한겨레」, 「조선일보」이다. 노무현 정부 시기인 2004년도에는 「뉴욕타임스」 기사 26개, 「한겨레」 기사 13개, 「조선일보」 기사 15개를 분석한다. 이명박 정부 시기 2010년도 기사의 분석 범위는 「뉴욕타임스」 기사 17개, 「한겨레」 14개, 「조선일보」 8개이다.
분석에 의하면, 번역시 발생하는 변이는 크게 첨가, 생략, 재구성으로 구분할 수 있으며, 그 결과 원문에 드러난 북한에 대한 부정적 관점이 대부분 유지되는 경향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번역시 북한에 대한 원문의 부정적 서술이 완화되는 사례도 일부 확인할 수 있는데, 이는 원문에서 타자로 묘사되는 북한이 도착어 화자에게는 ‘우리’의 영역으로 포용될 여지가 있다는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궁극적으로 이 같은 현상들은 번역 주체의 이념적 개입이 텍스트에 작용한 결과로 설명할 수 있겠으며, 이를 통해 원문 지위의 불안정성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이 같은 현상은 학술교양서적보다 신문 기사 번역에서 두드러지게 관찰할 수 있다. 한편, 한정된 자료로 인해 일반화가 어렵고 텍스트 분석만으로 번역 주체 내면의 의도와 배경까지 파악하기 어렵다는 측면은 본 연구의 한계점으로, 이와 관련한 후속 연구가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