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에 있어서 인간의 신체는 다양한 방식을 통해 건축 구현의 모델로 이용되어 왔다. 신체의 형태와 건축 요소들 사이의 유사성은 고대시대에는 비례의 척도로서 물리적 형태로 재현되었다. 중세시대에는 종교적 의미를 대변하는 상징물로, 이후 알베르티, 팔라디오 등의 건축가들은 신체를 건축에서의 비례체계 및 공간을 구성하는 중요한 유추적 도구로 사용하였다. 근대건축의 신체는 기계 공학이나 산업 계획, 기능주의의 기계적 선택의 개념으로서 기능적 효율성을 보완하는 도구로 이용되었고, 현대에서는 감각과 행동의 주체로서 인간의 신체는 건축생산에 보다 능동적으로 이용되고 있다. 특히 디지털 기술과 미디어의 발달은 건축신체의 의미에 다양한 방식의 확장을 가능하게 한다.
현대 미디어 학자인 마샬 맥루한의 관점에서 신체는 확장된 매체적 도구로서 이해될 수 있으며 이는 신체의 확장적 개념으로의 매체적 관점을 통해 새로운 건축적 유형을 만들어내는 중요한 단초가 되었다. 신체의 확장을 통한 매체화 경향은 신체와 건축의 상호작용을 만들며 건축 공간 및 형태구성의 새로운 경향을 만들어 내고 있다.
현대 건축에서 신체의 의미 확장을 활용한 공간디자인은 단순히 외부의 환경을 차단하고 보호하는 역할에서 벗어나 개인의 지각과 체험을 건축 구축원리에 적극적으로 반영하기 위한 방법의 일환이 될 수 있다. 신체의 의미 확장을 통한 건축생산의 능동적인 참여는 행위를 유도하고 감각적 경험을 증폭하며 건축과 신체의 상호작용을 촉진 하였다. 신체와의 지각적, 물리적, 상호연관성을 만들어내는 방법은 신체를 하나의 도구로 이해하고 이를 매체화의 관점으로 정의 내리며 이로 인해 신체의 확장으로서의 건축 구현방법과 디지털 기술과의 상호관계는 재정의되고 있다.
디지털 기술의 도입은 설계아이디어도출부터 제작과정에 이르기까지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는데 이러한 디지털 기술은 디자인 유연성과 제작의 한계극복, 효율 등의 현대의 요구를 수용함과 동시에 사용자와 물질 혹은 물질을 통한 사용자와 사용자의 반응과 소통에 좀 더 직접적인 역할을 하는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매체화된 신체의 개념은 현대사회의 요구에 의한 디지털 기술을 통해 다양한 실험의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특히 현대건축에서 디지털 패브리케이션 기술은 소규모 파빌리온 건축의 구축방식에 다양하게 적용되어 실험되고 있다. 따라서 현대건축에서의 디지털 기술은 가상적 기술을 통한 형태적 실험을 넘어 단위모듈과 재료의 확장, 변형, 접합을 활용한 구축방식이 적용되어 인체와 건축과의 관계를 중재하는 매개적 도구로서의 역할이 강조되고 있다.
본 연구에서는 디지털 패브리케이션 기법을 중심으로 한 소규모 파빌리온의 사례들에서 나타나는 건축구축방식과 신체의 의미확장을 통한 매체적 특성간의 상호관계을 분석하고, 신체적 역할과 관련성을 중심으로 디지털 패브리케이션의 디자인 특징과 구축 방식을 분류하여 분석한다. 이를 통해 개개의 디지털 패브리케이션 구축법을 통한 건축구현 과정에서 신체의 매체적 특성과의 상관관계를 도출하고자 한다.
본 논문은 현대 건축에서의 신체의 확장된 의미로서의 매체화된 신체의 개념과 디지털 패브리케이션 기술을 활용한 구축 방식의 상호관련성을 통해 건축에서의 신체의 역할과 디지털 기술을 통한 구축술과의 관계성을 재정의하여 건축에서의 신체가 가지는 의미를 새롭게 정의하는데 그 의의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