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문탁 네트워크라는 실천공동체 사례를 통하여 나와 너라는 구성원 간의 관계맺음 속에서 우리로 나타나는 학습 경험들과 실천 양상 발현 모습들을 탐구하였다. 이를 위해 '개인적 차원', '구성원 간 상호관계적 차원', '모두와 함께하는 공동체적 차원'으로 나누어 개별적이면서 중층적으로 이루어지는 과정들을 살펴보았다. 구성원들의 공동체 참여 맥락과 그 안에서 나타나는 상호 학습, 경험의 모습들을 밝히기 위하여 연구자는 2014년 11월부터 관련 자료수집, 대상자 선정 및 사전준비를 하였다. 그리고 2016년 3월까지 문탁 네트워크 현장조사를 통해 구성원으로 실제 참여하는 관찰자로서의 참여관찰 과정을 8개월 간 진행하였다. 그들과 함께 학습하고 식사하는 참여의 과정 가운데 문탁 내 각종 경험을 통하여 삶이 변화되고, 개인의 성장을 넘어 공동체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열명의 연구참여자들을 선정하였다. 그리고 문탁 실천공동체 안에서 그들의 학습 경험을 개인 또는 집단 심층면담하고 토의 내용을 분석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
먼저 ‘문탁’으로의 들어섬과 동참의 모습들은 한 식구가 되어 가는 과정 속에서 ‘나’라는 자신과 마주하게 되고 이를 통해 일상의 문턱 넘어 삶의 좌표를 새롭게 보게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으로 ‘너’와의 관계맺음 속에서 나타나는 상호관계적 모습들은 문탁의 공동부엌과 식당에서 같이 식사를 하면서, 치열하게 읽고, 논쟁하고, 글쓰는 과정 속에서, 때로는 갈등적 상황 속에서도 공통의 감각을 키우며 함께 학습하고 서로에게 호혜성을 내보이며 문탁 공동체 정체성을 습득하고 확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지막으로 나와 너를 넘어 ‘우리’라는 공동체적 가치를 형성하는 모습들은 먼저 한번 실천하고 배움을 나누는 과정을 통하여 문탁 너머 더 큰 세상과 연대하고 있었으며, 이를 통해 수동적 삶의 모습인 ‘살아가짐’이 아닌 능동적이고 주체적인 ‘살아가기’로 바뀌는 모습들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결과를 통하여 연구자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의 논의점을 제시하였다. 첫째, 학습과 호혜성에 기반한 문탁 공동체 내 개인적-상호관계적-공동체적 세 차원의 접화(接化) 모습은 다음과 같았다. 먼저 합법적 주변 참여를 통해 공동체에 참여하고, 실천에 동참하는 과정인 ‘개인적 차원’은 문탁 공동체 내에서 ‘합법적 주변참여자-관계적 참여자-동화적 참여자-진성참여자’라는 네 가지 접화 단계를 보여주었다. 이는 Lave와 Wenger가 제시한 상황학습이론에서 ‘합법적 주변참여자’가 ‘진성 참여자’로 변모되는 과정을 좀 더 단계별로 제시했다는데 의의가 있다. 다음으로 개인적 참여를 결정한 이들이 어떠한 식으로 기존 구성원들과 관계를 형성하는가의 ‘상호관계적 차원’에서는 ‘공동의 학습과 담론’이 중심되어 문탁 공동체 관계성을 유지, 지속 시키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Lave와 Wenger의 기존 이론 중 공동체 내 실천을 수행하고, 유지·존속을 위한 세 가지 요인인 공동의 작업, 상호적 참여, 공유 레퍼토리에서 공동의 학습과 담론이 핵심적 기제로 작용함을 제시했다. 마지막으로 유동적 공동체로써 어떠한 새로운 가치와 진화를 함께 만들어가는가의 ‘공동체 차원’에서는 1단계 개인적 성찰과 비판 그리고 관계맺기, 2단계 함께하는 집단학습, 3단계 수혜(受惠/授惠) 학습을 통한 호혜적(이타적) 공진화 발현, 4단계 집단 지성과 역동의 순환의 과정으로 상호 간의 관계맺음에 따른 의미형성 그리고 실천과 호혜성 발현으로 크게 네 가지 단계를 통해 공동체를 발전 시켜 나갔음을 알 수 있었다.
둘째, 문탁 네트워크의 공고한 공동체를 재생산 과정은 ‘모두와 공동’이 아닌 ‘선택과 공통’의 관계맺음을 통하여 호혜적 공진화를 만들어 내는 것으로 드러났다. 공동체 구성원들은 여러 의견들을 조율하고 ‘공통적인 것’을 소통하고 조직화하는 지난한 과정 속에서 문탁 또한 다른 공동체나 조직들과 같이 보이지 않는 기준성과 방향성을 은연중에 드러냄으로써 구성원들을 구별하고 공통의 공동체를 구성하는데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남게 되는 주변적 참여자들과 기존 진성 구성원 간의 공통성은 강한 연대성을 마련하게 되고, 이는 결과적으로 호혜적 공진화를 불러오게 하여 문탁 공동체를 더욱 공고히 하고 강화·지속 시키는 토대를 마련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셋째, 문탁 네트워크에서 나타나는 실천(praxis)의 형성과정들은 종래 Freire(1995)가 제시한 비판적 의식화와 프락시스 간의 관계에서 글쓰기와 호혜성 경험이라는 ‘비판적 의식화 재정립 및 숙고’의 단계를 중간에 거침으로써 문탁만의 실천 양상이 발현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구성원들은 글이라는 매개를 통해 자신의 내면 속에 응집된 것들을 표출하고 농밀한 사유와 깨달음을 정립시켜 나갔다. 더하여 호혜성을 경험한 선배 구성원들의 헌신과 나눔을 통해 주변적 구성원들은 그들을 발판 삼아 자신과의 차이점을 다시 한 번 인지하고, 어떤 식으로 호혜성을 발현하고 실천하는지를 배워가며 문탁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특이성과 정체성을 공고히 해 갔다. 이렇게 문탁 네트워크는 순환적인 내적 성장과 외적 연대의 재생산 구조 속에서 자신이 받은 의식화와 호혜성들을 다시 되돌리는 환류적인 프락시스를 실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상의 결론을 도출한 본 연구가 가지는 연구가치적 의의는 다음과 같다. 특정 목적과 이데올로기 없이 순수 학습을 매개로 한 자생적 실천공동체를 선정하여 상황학습 경험을 보여 주었다는 점에서 그 의의를 찾을 수 있다. 이는 기업이나 학교와 같이 이미 목적이 주어진 거시적이고 체계화된 구조공간이 아닌 자생적이고 자발적인 공동체 안에서의 상황학습과 그로 인한 실천의 양상들을 보았다.
주체와 타자와 공동체라는 세 가지 차원으로 분석한 이 연구는 그동안 Lave와 Wenger가 제시한 상황학습이론과 Heo의 공동체 내 학습과 관계의 양상을 좀 더 세분하고 구조화 시켰다는 점에서 기존 이론의 주장과 의미를 확장 시켰다. 또한 Wenger의 의미협상과정과 Gee의 반성적 실천 공동체라는 개념적 관점을 발견함으로써 종래 이론을 다시 한 번 지지하였다. 마지막으로 문탁의 사례를 통하여 Freire의 프락시스 발현 단계 중 글쓰기와 호혜성이라는 비판적 의식화 재정립 단계와 숙고의 과정을 제시 하였다. 이를 통해 상황학습이론에 중점을 둔 공동체 연구에 새로운 관점을 보여주고, 기존의 이해와 지평을 확장 시켰다는 점에서 본 연구자는 연구 가치와 의미를 지니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