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인간이 공간, 특히 거주공간에 욕망을 투사하고, 여기에서 얻은 복록을 개인이 아닌 가문의 영속성에 기여함으로써 공간과 깊은 관련을 맺고 있음을 규명한다. 이를 통해 인간의 삶을 조명하는데 그 목적을 두고 있다.
인간이 공간에 뿌리를 내린다는 것은, 세상을 바라보는 지지대(支持臺)를 가지는 것이고, 사물의 질서 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굳건하게 하는 것이며, 특정한 어딘가에 의미를 담은 심리적 애착을 갖는다는 것이다. 또한 공간에 뿌리박고 산다는 것은 공간에 감정이입을 한다는 것이고, 그 공간을 의미 있는 환경으로 만든다는 것이다.
인간이 멈추고, 머무르며, 조용하게 휴식하는 곳이 거주공간 혹은 주거공간이라 할 때, 그것은 장소성(場所性)에서 연유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장소성을 바탕으로 하는 거주공간의 범위는 살아있는 사람에게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죽은 사람에게도 해당된다. 인간은 죽어서 ‘무덤’에 안주하게 되는데, 이는 여전히 특정 공간에 머물러야 함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거주공간을 거론할 때는 집과 무덤을 함께 다루어야 한다. 무덤은, 살아서 거주하는 집과 마찬가지로, 죽어서 거주하는 또 하나의 집이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간과 인간의 관련성에 관한 연구는 모든 문학 분야에서 꾸준히 이루어져 왔다. 그러나 인간의 거주공간이 집뿐만 아니라 무덤을 포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선행 연구에서는 이를 통합적으로 묶어 다루지 않은 한계가 있다. 본고에서는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 이 두 공간을 거주공간으로 묶어 함께 살펴보면서, 본고의 목적인 인간이 공간에 욕망을 투사하는 것이 가문의 영속성을 위해 발휘되는 것임을 통해 공간과 인간이 서로 관련성이 있는 존재임을 알아보았다.
본고의 이해를 돕기 위한 예비적 고찰이라 할 수 있는 부분인 Ⅱ장에서는 인간과 공간의 관련성을 알아보기 위해 욕망과 거주공간이라는 용어의 정확한 개념을 알아보고, 거주공간에서 인간의 욕망이 어떻게 표출되는지 설화를 예로 들어 알아보았다.
Ⅲ장은 본고를 구체적으로 조명하기 위한 장이다. 여기서는 공간과 인간이 가장 많은 관련을 맺는 거주공간을 중심으로 그곳에 나타나는 인간의 욕망이 공간 만들기로 구체화되는 것을 살펴보았다. 구비설화의 공간 만들기는 인간이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을 극복하는 형상으로 나타난다. 집 공간에서는 주로 부귀영화ㆍ단명극복ㆍ자아실현 등의 욕망을 집(터)에 표출하였고, 무덤을 통한 공간 만들기는 부귀영화ㆍ자기 확장ㆍ타인의 복록을 훔치거나 빼앗는 이기적 모습의 욕망이 투사된다.
Ⅳ장은 Ⅱ장과 Ⅲ장의 논의를 통해 추출된 내용을 토대로 공간과 인간의 관련성이 사회문화적으로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에 대해 알아볼 것이다. 당대 사회문화적 배경으로는 당대 사회의 고난을 극복하기 위해 가부장제의 강화가 나타났다. 구비설화에서 이러한 현상은 수기치인을 바탕으로 한 자아실현과 입신양명, 그리고 남성에 의한 여성 지배로 구체화되어 드러났다.
공간과 인간이 관련을 맺는 것은 인간이 명당에 투사하는 욕망으로 형상화된다.
인간이 공간에 욕망을 투사하면서 원망(願望)하는 것은 자신이 속한 가문의 영속성을 위해서이다. 공간의 가치는 인간관계의 친밀감 내지 조응감에 의해 비롯된다. 인간이 환경과 직접적인 관계를 가지고 있으며, 환경을 떠나서는 삶을 살아나갈 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공간과 인간 그리고 환경이 서로 어우러져서 작용함을 의미하는 것으로, 공간과 인간이 서로 나와 사물이 아닌 나와 너의 관계로 변해 일체화 되어 공간 만들기를 하는 것이다.
인간은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에 순응해 살기도 하지만 이를 극복하고자 하는 의식도 강하다. 이 의식이 밖으로 표출되는 것이 욕망이다. 인간 내면의 욕구가 환경적 압력으로 인해 밖으로 표출되어 나타나는 것이다. 여기에서 생각해 볼 사항은 인간이 지각의 주체로서 형성하고 실현하는 욕구는 동물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인간이 인간다움을 본격적으로 실현해 나가는 것은 욕구하는 존재에서 욕망하는 존재로 탈바꿈할 때 비로소 가능해질 수 있다.
오늘날 인간은 욕망의 존재로서 욕망의 시대를 살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욕망이란 미래의 목적을 설정하는 야망과 그 지향점을 향해 달려가는 추진력을 내포하고 있어 욕망의 유무가 곧 삶의 성공 내지는 실패의 관건이 되기 때문이다. 삶이 곧 욕망이기에 욕망의 끝은 곧 삶의 끝을 의미하는 것이 되므로 욕망을 버릴 수 없다는 뜻이 내포되어 있다. 욕망이라는 기제는 인간의 삶의 질을 높여주기 위한 덕목으로 작용하여 삶을 지탱해 주는 에너지가 되기도 하지만, 이를 넘어서려고 할 때 생기는 과욕은 자신이나 주변에 해를 끼치게 되는 양가적 존재이다. 우리 민족은 삶의 에너지가 되는 욕망은 권장하였지만, 반대의 경우에는 경계의 자세를 취했음이 구비설화 곳곳에서 구연자의 입을 통해 나타난다.
이상과 같이 구비설화에 나타난 가문의 영속성을 위해 인간이 거주공간에 투사한 욕망표출 정서를 통해 볼 때, 공간은 인간 욕망의 산물이며 도구임을 거듭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