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세기 자연 시가의 문학적 특성과 교육 방안

Abstract

중세의 성리학적 질서와 가치를 자연에서 찾으면서도, 그 속에서 풍류와 여유를 발견한 <도산십이곡>과 <고산구곡가>는 ‘자연’에 대한 인식적 측면에서 오늘날 문학교육, 특히 고전문학 교육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고 볼 수 있다. 고전문학을 교육 하는 것은 고전을 통하여 선인들이 경험했던 다양한 삶의 방식과 가치관을 접함으로써 보편적 가치를 실현하고 현재는 물론, 아직까지 경험해 보지 못한 미래 사회를 살아가는 지혜와 힘을 배양하기 위한 것이다. 특히 두 작품의 자연 인식은 물신주의의 현대 사회에 큰 시사점을 안겨주고 있다. 이러한 문학적 위상에도 불구하고 실제, 학습의 현장에서는 훈고적 지식 위주의 전달에 치우치는 경우가 많다. 작품이 바탕이 되는 ‘성리학적 사유’는 학습자들이 경험해 보지 못한 것이며, 한자어로 구성된 작품일 경우, 정서적 이질감이 먼저 들 수 있다. 이러한 문제점들로 인해, <도산십이곡>과 <고산구곡가>는 그 의의나 문학적 가치가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문학교육 현장에서는 소홀히 다루어져 왔다. 현재「문학」교과서에 수록된 <도산십이곡>의 지도 방향은 대체적으로 사대부인 작자의 삶의 태도와 자연에 대한 인식과 학문을 대하는 자세 등, 가치관을 확인하는 활동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음을 알 수 있다. 두 작품의 가치는 자연의 조화와 질서를 추구하는 인식에서 찾을 수 있다. 그렇다면, <도산십이곡>과 <고산구곡가>의 교육 방안도 그런 점에 주목하여 이루어져야 한다. <도산십이곡>에 있어서 자연은 본성의 질서와 조화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이치에 대한 진실한 탐구의 장으로의 자연인 것이다. 퇴계는 자연에 소속되어 있으면서도 결코 현실을 외면하거나 반대로, 자연을 현실 도피의 은신처로 인식하지 않는다. 현실에 대한 책임이 스스로에게 있음을 인식하고 본연지성을 깨달아 성리학적 질서와 조화를 자연을 통하여 이룩하고자 하였다. <고산구곡가>는 중세의 절대적 이념이었던 성리학적 사유를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자연의 생태를 삶의 진정한 터전으로 인식하고 자연을 인간이 살아가는 공간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는 우주 전체와 연결하여 인간과 자연, 더 나아가 우주에 이르기까지 자연과의 일치, ‘天人合一’의 사상을 인식하게 되는 것이다. 자연을 실제적인 삶의 터전으로 인식할 경우, 서구의 인식처럼 자연을 훼손하거나, 인간의 편의를 위해 얼마든지 개발할 수 있다는 사고에 대한 전환을 이루는 계기가 될 것이다. ‘자연’이 인간의 전유물이 아닌, 모든 생물의 삶의 터전임을 인식하고 그들과 공존을 추구하는 ‘생태인식’을 느낄 수 있다. <도산십이곡>과 <고산구곡가>는 이러한 문학적 특성을 바탕으로 한 문학 교육일 경우, 지적 교육뿐만 아니라, 작가의 구체적 경험을 바탕으로 한 ‘자연 인식’에 대한 정의적 영역의 교육으로 지도방안을 구성할 수 있다. 현대의 교육은 평등을 강조한다. 평등의 개념이 확대된 현대의 교육에서 <도산십이곡>이 지니는 ‘인간평등’의 의식은 교육의 평등을 더욱 강조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교실 현장에서도 인격교육의 사상과 자기수양의 원리를 먼저 학습자들이 인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러한 고전문학 교육을 통하여 문학적 감상력과 상상력을 향상시키는 방법을 스스로 체득할 수 있을 것이다. <고산구곡가>가 지닌 ‘생태학적 자연인식’에 대한 원리를 체득할 수 있게 하고, 작품에 드러난 ‘자연인식’이 오늘날, 심각해진 ‘환경문제’를 어떻게 해결 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보게 하는 것이다. 이러한 문학교육 방안을 통해 고전 문학이 결코 현실과 유리된 과거의 유물이 아니라 현재에도 여전히 유용한 가치를 지니고 있음을 스스로 체득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