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이라는 삶의 여정은 한 사람이 보내야 하는 배움의 궤적으로, 전 생애에 걸쳐 이루어지는 다양한 경험과 성찰의 연속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 삶의 궤적 안에 우리는 존재론적으로 태어남과 동시에 ‘죽음’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다. 이는 ‘어떻게 잘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평생교육적인 고민은 어떻게 죽음을 잘 맞이할 것인가’의 명제하고도 긴밀한 관계를 가지게 된다. 죽음과 삶은 뗄 수 없는 하나의 유기적 관계임을 인지하며, 죽음에 대한 생각이 삶에 영향을 준다. 그간의 평생교육의 연구동향이 삶에 초점을 맞춘 연구였다면, 이제는 자기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죽음에 대한 성찰을 통해 미래를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하는 연구가 절실히 필요하다.
본 연구는 연구참여자인 장례지도사 3인이 임하는 삶의 맥락과 경험의 내러티브 속에서 성찰을 찾아내고자 하였다. 질 들뢰즈(Gilles Deleuze)의 ‘차이와 반복’을 경험학습으로 개념화하여보고, ‘차이와 반복’의 관점에서 죽음에 대한 성찰경험이 어떻게 삶에 변화를 주면서 새로운 실천을 이어지는지 살펴보았다. 더불어 장례지도사의 경험과 성찰이 평생학습적으로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를 탐구하였다.
연구대상자는 주검과 죽음 사이에서 ‘삶’과 ‘죽음’에 대해 사유할 수 있는 장례지도사로서 지난 18년 동안 장례지도사의 직업을 가진 연구자를 포함하여 장례지도사 2인을 추가로 목적표집하여 연구참여자로 참여하게 하였다. 장례진행에 따른 경험과 성찰을 살펴보는 것을 근간으로 연구자가 죽음준비교육 등의 강의를 진행하면서 느꼈던 자기성찰도 함께 살펴보았다.
본 연구를 수행하기 위해 질적사례 연구방법인 내러티브 탐구를 선정하였다. 연구자 자신의 내러티브와 다른 연구참여자와의 10회 이상 인터뷰와 대담, 심층면담, 참여관찰 등의 방법으로 자료를 수집하였다. 장례수행 경험으로부터 수집한 자료를 텍스트화 하고, 내러티브의 시계열적 배치를 통해 변화가 일어나는 과정들을 도식화하여 의미를 찾았다.
이 연구가 가진 의의는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주검’의 존재를 약동성이 완성된 상태로 인식하여 완전한 존재를 다루는 장례지도사의 눈을 통해 인간의 생애를 죽음으로 재투사하는 계기를 제공하고 있다. 매일 같은 일상이 반복되는듯하지만 각기 다른 고인(故人)에 대한 살아온 삶을 살펴보면서 일어나는 미묘(微眇)한 차이에 대한 경험이 매 순간마다 우리 자신을 다시 돌아보게 하고, 자기 자신의 삶에 대입을 하는 성찰경험을 하였다.
둘째, ‘주검’과 ‘죽음’으로부터 되새겨지는 삶, 즉 ‘삶’의 반추를 Deleuze의 ‘차이와 반복’의 관점을 이용하여 평생학습적인 의미를 탐구한 것에 의의가 있다.
셋째, 죽음에 대한 간접적인 경험과 성찰이 평생학습적인 의미 탐구에 유의미함을 확인하였다.
이 연구는 네 가지의 단계로 진행하였다.
첫 번째 도입단계에서는 연구의 배경 및 평생교육에서 다뤄지는 경험과 성찰에 대한 전반적인 선행연구를 제시하면서 Deleuze의 ‘차이’와 ‘반복’에 대한 개념과 원리를 경험학습 차원에서 탐색하였다.
두 번째 질적연구 과정 중 기술에 해당하는 단계에서는 장례지도사로서 장례를 진행하는 과정을 행하는 연구참여자와 인터뷰를 하고, 연구자가 장례의전에 대한 경험과 죽음죽비교육을 진행하는 과정 속에 있었던 경험을 기반으로 하여, 학습된 내용들을 텍스트화 하고, 내러티브의 시계열적 배치를 통해 성찰이 일어나는 과정들을 도식화하여 장례지도사가 갖게 되는 경험의 의미를 찾고자 하였다. 세부적인 상황을 잘 묘사하기 위해 연구참여자의 당시 일기와 메모 등을 사용하였으며, 또한 연구참여자들이 듣고, 보고, 경험한 현상들도 함께 서술하였다.
세 번째 질적연구 과정 중 분석에 해당하는 단계에서는 여러 가지 장례 관련 경험들을 통해 죽음이 삶에 주는 의미가 무엇인지 알아보고, 삶과 죽음이 어떠한 관계맺음을 하고 있는지를 네러티브를 통해 살펴보았다.
마지막 심층탐구단계로 장례 관련 경험에 대한 기술과 분석을 통해 주검과 죽음을 바라보는 삶의 경험이 평생학습적 맥락 속에서 어떻게 작용되는지, 평생학습적으로 어떠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지를 탐구하였다. 우리가 삶을 더 잘 살기 위해 죽음에 대한 성찰과 변화가 어떻게 필요한지 알아보고, 평생학습적으로 어떠한 의미가 있는지에 대한 논의 및 결론, 그리고 제언을 하였다.
이 연구의 결론은 다음과 같다.
첫째, 장례지도사인 연구참여자들은 주검의 처리를 통하여 삶과 죽음의 ‘경계넘기’ 모습을 발견하였다. ‘삶’과 ‘죽음’은 하나라는 생사일여(生死一如)의 관점에서 죽음에 대한 사유를 하는 ‘시간의 경계넘기’를 하였고, ‘죽음’을 통해 ‘삶’의 소중함을 느끼고, 더 나은 삶을 살아내기 위한 ‘삶’의 실천을 하는 것을 보았다. 평생학습이 이루어지는 가정과 학교, 사회의 횡적(Lifewide)으로의 학습연계로서의 경계를 넘는 ‘공간의 경계넘기’를 하였다. 마지막으로 고인을 에워싼 유족과 친지, 그리고 세상과 관계맺기를 했던 지인들을 바라보면서 때로는 고인의 입장에서 지나온 삶을 돌이켜 보기도 하고, 때로는 유가족의 입장에서 고인을 추모하고 슬픔을 함께하기도 하며, 제삼자의 입장에서 죽음을 바라보면서 ‘관계의 경계넘기’를 하는 모습을 발견하였다.
둘째, ‘삶’과 ‘죽음’에 대한 사유로부터 실존적인 의미를 탐구하게 된다. ‘주검’과 ‘죽음’ 사이에 존재하는 장례지도사의 경험은 ‘삶의 학습’으로 이어지고 ‘삶의 학습’은 반대로 죽음을 인지함을 앞서 확인하였다. 죽음을 맞이하는 그 순간까지 삶의 완성을 위한 평생교육적 의미를 발견하게 된다. 단순하게 지식만을 추구하는 갈망이 아닌 삶을 통해 살아나가는 법을 알아나가고(Learning to know), 단순한 살아감이 아닌 ‘차이’나는 삶의 실천들의 반복(Learning to do)을 통해 삶의 궤적을 그려낸다. ‘삶’은 살아감이 나 혼자만의 삶이 아닌 더불어 함께 살아가기 위한 과정(Learning to live together)에 놓여있으며, 삶과 죽음에 대한 사유로부터 나 자신의 실존(existence)적 의미를 탐구(Learning to be)하게 된다. 하지만, 자기존재 탐구의 완성을 위해서는 ‘존재하기 위한 학습’의 단계 전에 죽음(죽어감)을 위한 학습(Learning to dying)이 먼저 선행이 되어야 한다(UNESCO의 ‘교육의 네 가지의 기둥’을 재편하여 다섯가지의 기둥으로 명명).
삶을 잘 마무리하고, 죽음을 잘 준비하는 것은 평생교육이 지향하는 삶의 중요한 과제이므로 ‘주검’과 ‘죽음’ 사이에서 ‘삶’을 바라보면서 성찰해 나가고, 그 성찰을 통해 새로운 ‘삶’으로의 학습과 실천이 필요함을 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