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근대문학사에서 1930년대 후반은 일반적으로 주조상실(主潮喪失)의 혹은 전형기로 명명되어 왔다. 주지하다시피 이는 맑스주의적 미학체계를 이념 실천의 근본 원리로 삼았던 카프의 해산 이후 등장한 다양한 인식론과 이를 바탕으로 현실을 재구하였던 당대 작가들의 문학적 실천의 결과를 고려한 평가이다. 이 시기의 문학은 일제에 의해 억압받는 식민지적 현실을 형상화하거나 이념적 인식체계를 정립하는 차원에서 벗어나, 각각의 개인에게 주어진 현실을 인식의 근거로 삼아 문학적·사회적 위치를 마련하고 보편적이고 다양한 현실을 통해 삶에 대한 본질적 논의를 전개하려는 의식을 보인다.
일상, 특히 통속은 1930년대 후반기 소설의 주요 소재가 되었다. 소설의 일상에 대한 관심과 통속화 경향은 근대화라는 사회적 상황을 바탕으로 이루어졌고 ‘근대 산업사회의 특성’으로 인식되었다. 그동안 일상은 이데올로기라는 ‘거대담론’과 대비되어 소홀히 여겨졌고 이념적이고 비현실적인 이상이 더 우세한 세계로 여겨졌었다. 하지만 1930년대 후반기 소설에서의 일상은 이데올로기에 의해 구성된 추상적인 형성물이 아니라, 인간 생활의 토대, 본질로서 인식되었다. 그 중에서 소설의 ‘통속적 경향’은 자본주의 사회와 맞물려 1930년대 후반의 조선사회를 본격적으로 다루고 있다. 단순히 개인의 체험을 넘어서 한 시기의 뚜렷한 문학적 양상으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그저 산업사회가 창출해 낸 저급한 문화적 양상으로 치부해 버릴 수는 없다.
또한 근대의 일상, 특히 통속은 자본주의의 물질성과 밀접한 위치에 놓여져 있다고 할 수 있다. 당시 조선인들이 겪는 근대의 일상이나 그 속에 드러난 통속성은 갑자기 등장한 서구문명으로 인한 물질적 욕망을 세밀하게 드러낸다. 갑작스런 근대문명의 유입은 단순히 삶의 양식의 변화뿐만 아니라 사회 구성원들의 인식의 변화도 함께 가져온다. 지속되어 오던 이상적 현실관과 근대의 현실과 동떨어진 봉건적 사회구조, 맹목적으로 수용된 서구문명의 화려함 등은 1930년대를 대표하는 현상들이라고 할 수 있다. 본고에서 굳이 이태준 장편의 ‘통속성’에 한정해 연구하는 것은 이 시기 소설에 나타난 통속성이 다른 어느 때보다 근대사회의 본질적인 면모를 잘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소설의 통속성이 단순히 소설의 한 양상으로서가 아니라 ‘1930년대 후반기의 소설’로 고유명사화 할 수 있을 만큼의 문학사적 의미도 함축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이태준은 그의 장편소설을 통해서 폭력적 현실에 대한 전면적 갈등보다는 일상의 통속성을 통해 사회 모순과 그 모순을 극복할 수 있는 전망을 제시함으로써 기존의 현실인식을 심화시키고 확대시킨다. 이 점이 그동안 연구사에서 도외시되었던 이태준 장편이 일반적인 통속소설과 차별화되는 부분이다. 이태준 장편은 일상의 통속성을 통해 근대문명의 유입과 함께 식민지라는 현실이 깊게 내재되어 있는 삶의 본질을 구체적으로 형상화함으로써 당대 현실을 탐구할 수 있는 근거를 제시해준다. 그러므로 이태준 장편에서 근대사회의 양상을 확인하는 것은 당시의 현실을 조명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작가의 근대에 대한 사유와 전유과정을 확인할 수 있는 통로라는 측면에서 그 문학사적 위상을 재정립할 수 있다.
Alternative Abstract
Late 1930s in the history of Korean modern literature has been called the era of absence of mainstream or period of change. As already known, it is an evaluation considering the result of literary action by contemporary writers who reconstructed the reality based on various theories of knowledge that emerged after a break up of KAPF(Korea Artista Proleta Federatio) whose basic principle for realizing the idea was Marxistic aesthetics. Literature of this period went beyond formation of colonial reality oppressed by Japanese regime or establishment of ideological paradigm, to secure literary and social position by reality for each individual as the basis of paradigm and attempt to develop fundamental discussion on life through common and yet diverse reality.
Everyday life, especially common custom, became the main subject matter for novels in late 1930s. Popularization and interest in everyday life in novels were based on social circumstance of modernization and recognized as 'the characteristic of modern industrial society'. Everyday life has been rather neglected as opposed to 'meta-discourse' as ideology; ideological and unrealistic idea has been considered a higher concept. Everyday life in novels in late 1930s however, was rather considered a foundation, an essence of human life than an abstract form of ideology. 'Popularization' in novels especially, was associated with capitalistic society to describe Chosun society in late 1930s. Since it was beyond just an individual experience certainly creating a literary aspect of a time, it cannot be underestimated as a mere low class literary aspect created by the industrial society.
Also, everyday life in modern days, especially popularization, is close to material aspect in capitalism. Modern day life of people in Chosun and its commonness closely reveal materialistic desire triggered by Western civilization that arrived rather suddenly. Abrupt inflow of modern civilization bring not only change in ways of life but also in perception of members of the society. Existing ideological and realistic view, feudalistic social structure irrelevant to modern reality and glamour of Western civilization blindly accepted are the main phenomena in 1930s. Limiting this study to 'commonness' in Taejun Lee's novel is because it shows more than any other novels the intrinsic aspect of commonness in modern society of the time. Commonness in this context is not just an aspect of a novel but implies literary significance as 'a typical late 1930s novel'.
Through his full-length novel, Taejun Lee suggests social contradiction and outlook for overcoming the contradiction through commonness in everyday life, rather than overall conflict against violent reality, and deepens and extends existing perception in reality. This is what makes Lee's novel different from other popular novels. Lee's novel, through commonness of everyday life, provides basis of exploration on the reality of the time by shaping the essence of life bearing the reality of colony as modern civilization flowed in. Therefore recognizing the aspect of modern society in Lee's novel can reestablish the literary significance in which we can see the author's reasoning and appropriation on modern times as well as view the reality of the ti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