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관료조직 내 권력현상에 관한 사례연구

Abstract

본 연구는 철저한 니체주의적 사유가 아니더라도 보편적 지식을 추구하기보다 그 보편적 담론들의 주된 경로를 극복하고자 하는 니체 지향적 비판적 사유에 임하고 있다. 그 비판적 욕망은 근대성의 상징적 자녀인 합리적 관료조직의 교활한 병리현상이 왜 발생하고 있는지를 물었고, 그 질문에 대해 본 연구는 그 비합리적 병리는 조직인간의 ‘권력과 욕망’에 있다고 답하고 있다. 특히 그 신나는 권력과 욕망이 조직사회인 관료조직의 틀 내에서 활동할 경우, 쫀쫀한 권력과 욕망은 조직 정치적 상호작용의 전략적 행태를 보이며, 지방행정의 권력주체인 광역과 기초지자체장들의 고상한 욕망실현으로 체계화된다고 해석하고 있다. 관료조직의 틀인 ‘구조’는 베버와 푸코의 근대성과 합리성 비판의 이론들에서 끄집어내어 문화, 제도(법령), 관리기법으로 구성된다고 설정하고 있으며, 연구자는 관료조직 내 전략적 행위자들을 허쉬만의 EVLN모형을 기초로 베버와 하버마스의 행위이론을 가미하여 서술적으로 개념화시켰다. 물론 본 연구자가 이 학문의 거장들의 이론들을 모두 섭렵하여 연구를 이행했다고는 주장하지 못한다. 파편적이고 단편적으로 그들의 지식에 접근하여 그들의 지식을 차용하고 각색하였다. 이 거대한 지식의 ‘차용과 각색’에 의해 본 연구는 관료조직 내에서 만큼은 구조와 행위가 상호작용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 상호작용은 조직구성원인 공무원들의 욕망충족을 위해 권력적으로 수렴되며, 이 수렴으로 행정적 기획들이 성과물로 산출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가정하고 사례를 구성하여 보여주고 있다. 그것은 니체의 관점에서 볼 때, 권력에 의해 만들어진 기획물이 되는 것이다. 니체와 푸코의 역사비판은 지식이 권력과 조우하여 권력을 지향하며 전략적으로 역사를 만들어나간다는 비판이다. 그런데 그 역사 만들기의 기획의 과정에서 반동적 항의와 적대적 저항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더불어 권력에 자유로움을 주는 비겁한 방관과 무관심 또한 존재하고 있다. 그러나 그 항의와 저항은 관료조직이라는 권력적 구조 내 특성상 한계가 있고 집단적 저항은 공유되는 이익의 타협 없이는 성공적이지 못한 단점을 갖고 있다. 그러므로 권력은 관료조직 내에서 자유롭게 활동 가능하며, 자신의 욕구와 욕망 충족을 열렬한 추종자들과 침묵자들의 도움으로 즐겁게 달성할 수 있는 것이다. 모든 행정이라는 것은 권력주체와 권력계급의 입맛에 적절하여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법령과 규칙과 같은 행정제도에 바탕을 둔 억압과 평가라는 관리기법이 강하게 존재하게 되고, 위계적 계급문화 속에서는 권력의 식욕을 저하시키는 저항의 성공 가능성은 그리 높지 못하고 지속적일 수 없게 된다. 그러한 행복한 권력추구의 세월 속에서 권력은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자신을 망각하고 위험수위를 넘기도 한다. 권력주체의 욕망이 과도하게 높을 경우, 그 주체는 심지어 법령과 같은 규칙을 왜곡하거나 관행적으로 조작하기도 한다. 그러한 권력의 욕망만이 행정의 중심에 극단적으로 자리 잡게 될 때, 본 연구가 제시하고 있는 ‘씨랜드 사건’과 ‘하위직 자살사건’과 같은 사건들이 비합리적으로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 제도적 규칙이 약화되고 권력적 문화와 관리의 기능이 억압적으로 작용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권력과 이익의 욕망에 어두운 인간들의 제한적 본성들은 무질서한 계급상승의 욕망과 물질적 이익추구의 욕망을 단적으로 보여주기도 했는데, 그 현상들은 경기도 도의회 의장의 인사권 개입사건과 성과상여금 균등분배의 집단적 행위의 두 가지 사례들로부터 알 수 있다. 공무원들은 관료조직이라는 제한적 행동의 틀 내에서 전략적으로 그들의 권력욕과 물질적 이기심을 갈등적으로 표출하고 있다. 이 갈등의 표출을 근대성의 권력주체들은 강압적이기보다는 합리적으로 조율하기를 바라고 있다. 그 대표적 예를 우리는 권력주체의 욕망이 투영된 합리적 제도의 시행인 서울시신인사제도로부터 알 수 있다. 서울시신인사제도와 같이 국민여론에 부합하는 권력주체의 전략이 기획될 경우, 문화, 제도 그리고 관리기법은 톱니바퀴처럼 잘 맞물려 공무원을 효율적 억압의 기계구조로 몰아넣을 수 있으며, 그 기계구조에 의해 그 기계구조 이면에 숨어있는 ‘디자인 서울’과 같은 대규모 개발 사업이 진행될 수 있는 것이다. 관료조직의 내부적 기계화가 권력주체의 실질적 욕망을 지탱시키도록 기획된 것이 서울시신인사제도가 아닐까 의심하는 것이다. 서울시신인사제도는 국민여론에 보답하는 합리적 제도이었으나, 그 기계구조가 추진하고자 했던 거대한 “디자인 서울” 만들기는 그 성공여부가 불확정적이었던 것이고 일부 언론으로부터 비판받는 과도한 문제 사업으로 비춰지기도 했던 것이다. 이와 같이 계급 상승과 물질적 욕망이 요동치는 우리의 시대는 니체가 주장한 것처럼 “노예도덕의 시대”인 것이다. 진정한 주인과 귀족은 소멸해가고 노예의 무리에서 귀족적 주인임을 가장하는 권력 엘리트들의 혼란스런 욕망들이 지배하는 시대가 우리의 시대인 것이다. 이 시대는 유연한 합리성으로 인간의 행동과 사유를 통제하고 관리하고 있으며, 국지적 조직과 집단들은 거시를 떠받치기 위해 미시적 영역에서 서로가 서로를 닮아가고 있다. 그들은 서로를 닮아가는 ‘구조적 운명주의’에 매몰되어 있는 것이다. 그러한 닮아감의 과정에서 관료조직은 권력주체의 욕망을 충족시키는 무수한 성과들을 선전하고 있고 그 선전들은 매우 대단한 업적으로 국민 대중에게 제공되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우리 시대의 “공익”은 권력주체가 호도하며, 관료조직 내부에서 권력과 욕망의 정치적 상호작용으로 만들어진 “정치적 기획의 산물”로 의심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